▷관공서 기업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주차장에는 출입문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위반시에는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되지만 전국에서 3년 동안 단속 실적은 고작 3700건이다. 신문 독자투고란에 장애인 주차공간을 이용하는 얌체 운전자들에 대한 고발이 자주 실리는 것을 보면 단속되는 확률이 극히 낮은 것 같다. 업무가 바쁜 사람들은 어차피 비어있는 공간에 잠깐 세우고 일을 보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했겠지만 바로 그 시간에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이 있었다면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한국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나 장애인 복지가 아직 후진국 수준이다. 경쟁과 효율이 중시되는 개발연대를 거쳐오는 사이에 힘겹게 살아가는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탓이다. 장애인 단체가 19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경사로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완비한 건물의 비율이 평균 32.4%에 불과했다. 한 여대생은 휠체어가 못 들어가는 강의실이 많아 학습권을 침해당한다며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장애인이 지하철 리프트에서 떨어져 숨지는 후진국형 사고도 그치지 않는다.
▷다행히 근년에 이르러 장애인 복지가 여러 면에서 개선돼 3급 이상 중증 장애인은 생계보조수당, 자녀교육비 지원, 자동차세 및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 40여가지 혜택을 받는다. 이렇게 장애인 복지가 확대되면서 그 혜택을 가로채려는 가짜 장애인들이 이번에 무려 5000여명이나 적발됐다. 이 중에는 자동차와 관련된 편의를 이용하는 가짜가 가장 많았다. 부정으로 발급 받거나 위조된 장애인 표시를 차에 붙인 채 값이 싼 액화석유가스(LPG)를 넣고 혼잡통행료를 면제받으며 장애인 주차공간에 차를 세우는 가짜 장애인들의 양심마비가 가련하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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