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잡이고 뭐고 다 헛 거다. 국수나 실을 잡으면 오랜 산다 카지만, 문씨네 얼라는 돌잔치 하고 석 달 지나 죽었다”
물이 모래톱의 모래를 파먹었다가는 다시 쌓아올리면서 미나리가 나 있는 뿌리께까지 날라 놓았다. 미나리를 뽑아 물에 흔들고 있는 여인네들이 넋을 놓고 자기 손바닥을 바라본다. 갈라지고 트고 거친 손이라도 물에 담그면 하얗고 부드럽게 보인다. 봄바람을 맞으며 봄 내음에 취한 여인네들의 얼굴은 물 속에서 흔들리는 수초처럼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정든 님이 오셨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방긋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그 집 바깥 양반은 어떻게 된 거 아이가?”
“매일 드나들고 있재”
“아이고, 우철이 엄마가 불쌍채”
“그래 색만 밝혀 가지고 장사는 잘 되는가”
“시장이 서는 날에는 종업원을 대여섯 명 쓰는 것 같더라”
“그거 대단네”
“그래봐야 한 켤레에 10전 하는 고무신 아이가. 장사 잘 된다고 해봐야 거기서 거기다”
“그 여자, 장례식이 있을 때마다 상복입고 나타난다고 하더라”
“뭐라꼬? 머리가 어째 된 거 아이가”
“그게 말이재, 공포(功布)를 훔칠라고 그라는 게 아닌가, 그카더라”
“공포?”
“공포 조각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임신한다는 말 있다 아이가”
“뭐라? 호랑이 이빨을 노리개에 달고 다니면 임신을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도…”
“그래서 그 여자가, 임신을 할라고 그란다 말이가? 아이고, 첩 주제에 뻔뻔스럽기도 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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