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기업 부정 스캔들에 골드만삭스마저 휘말렸다.
1869년 마르쿠스 골드만과 그의 사위 샘 삭스가 세운 이 회사는 월가에서 가장 뛰어난 명성을 유지해 온 투자은행. 지난해 12월 엔론사태 이후 월가에서 수많은 회계조작과 부정 스캔들이 제기돼 왔지만 골드만삭스는 비켜나 있었다.
미 하원 재무위원회는 2일 보고서를 발표하고 골드만삭스가 90년대 후반 증시 호황 당시 주요고객인 기업의 임원 21명에게 기업공개(IPO) 공모주를 공모가로 준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기업임원들은 이 주식을 시가에 매각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월가에서는 ‘돌리기(spinning)’이라고 불리는 이 같은 관행에 따라 특혜를 받은 기업 임원명단에는 마거릿 휘트먼 e베이 최고경영자(CEO)와 제리양 야후 공동창업자, 마이클 아이즈너 월터디즈니 CEO 등 유수 기업의 경영진이 대거 포함돼 있다.
재무위원회는 이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 외에도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과 살로먼스미스바니 등 투자은행 3개사가 기업들로부터 신주 공모 및 인수합병과 같은 투자업무를 유치하고 자문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이처럼 경영진에 특혜를 베풀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와 해당 기업들은 “임원들은 골드만삭스의 우수 개인고객이어서 공모주를 받았을 뿐”이라고 기업간 유착 의혹을 부인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휘트먼 CEO와 제리양 창업자에게 96년 이후 100번이나 골드만삭스가 주관한 기업공개의 공모주를 살 기회를 제공했고 이들은 주가가 치솟자 바로 팔았다. 이 보고서를 하루 먼저 입수해 첫 보도한 월스트리트저널은 “휘트먼 CEO의 경우 현재 골드만삭스의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어서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e베이는 공동창업자인 제프리 스콜 등 모두 4명이 공모주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베이는 골드만삭스의 주요고객이다.
또 에드워드 렝크 e토이스의 전 CEO의 경우 25번 이상 공모주를 살 기회를 얻었고 이 회사는 골드만삭스에 500만달러의 투자자문 수수료를 지불했다. 아이즈너 CEO가 공모주 3만주를 받은 디즈니는 96년 이후 5100만달러의 수수료를 골드만삭스에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무위의 리처드 베이커 의원(민주)은 “소수의 특권 고객들은 골드만삭스로부터 공모주에 접근할 수 있는 풍부한 기회를 얻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며 투자은행과 기업 경영진의 유착을 질타했다.
마이클 옥슬리 위원장(공화)은 “모든 월가 회사는 이처럼 부패한 관행을 즉각 시정하고 개인투자자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