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경력 2년 차로 마라톤 수상경력도 있는 현직 여교사가 보행이 불편할 정도의 왼쪽 다리통증 때문에 얼마 전, 진료실을 찾았다. 그녀는 지난해 7월 말 장거리 달리기 때 무릎에 뻐근한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무시하고 평소처럼 달리기를 계속했는데 달린 후에는 항상 통증이 재발하였다고 한다. 그 와중에서도 아픈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급기야 걸음조차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된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고비’가 생기면 ‘참고 넘기는 것’을 최대의 미덕으로 생각한다. 달리기라는 가벼운 취미 생활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몸이 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리라”는 권고는 곧잘 구두선이 되고 만다.
한국의 달리기 인구는 최소 100만명 이상이다. 2002년 전국의 마라톤 대회는 120여개나 된다. 대회 참가자만도 연 인원 30여만명으로 이 추세라면 10년 내 300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은 과연 어떻게 달리고 있을까?
달리기는 ‘충돌’의 연속이다. 몸 전체가 솟구쳐 다시 땅과 충돌할 때 받는 충격은, 몸무게 70㎏인 사람의 경우 350㎏이나 된다.
이 책의 저자 조 엘리스와 조 핸더슨은 달리기 전문가다. 엘리스는 족부의학 전문의도 겸하고 있다. 그는 25년간 스스로 달리면서 수많은 달리기 선수와 애호가들의 다양한 부상을 진단하고 치료해왔다. 이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달리기 부상의 원인과 대책을 이 책을 통해 펼쳐 놓았다.
달리기에서 바른 자세가 왜 중요한지, 준비운동과 스트레칭은 왜 필요하며,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휴식이 왜 운동만큼 중요한지, 부상은 어떻게 찾아오며, 그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달리면서 느끼는 각 부위의 통증은 어떻게 응급조치를 하는 것이 좋은지, 어떤 때 의사를 찾아가야 하고 어떤 때는 자가치료가 가능한지, 부상을 악화시키지 않고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되는지…. 저자들은 우리가 달리기를 하면서 한번씩은 당면하게 되는 골치 아픈 의학적인 문제들을 쉽고 재미있는 전문지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번역가 역시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마라톤과 울트라 마라톤을 하시는 분이다. 일반 마스터스 마라토너뿐만 아니라 엘리트 선수들과 코칭 스텝들도 반드시 한 권씩은 소장하여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동윤 달리는 의사회장·마라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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