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석수 서리도 똑같은 잣대로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33분


오늘 김석수 총리서리에 대한 국회 인준투표를 앞두고 우리는 또 한번 무거운 심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 법을 존중하고 수호하는 법조인의 외길을 걸어왔다는 김 서리도 이전의 두 총리지명자를 기준으로 한다면 도덕성에서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김 서리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아들 병역 문제부터 재산 편법증여, 소득 축소신고, 아파트 특혜분양까지 공직자 검증에서 늘 반복돼온 단골 메뉴였다. 청문회에선 이중 어느 것 하나 분명한 해명이 이뤄지지 못했다. 청와대는 날짜를 미뤄가며 고르고 고른 끝에 찾아낸 인물이라고 하지만 그 역시 현실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김 서리에 대한 청문회는 이전 두 번의 경우보다 훨씬 맥빠진 분위기였다. 인준투표를 앞두고 이번에는 통과시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권이 세 번째 총리지명자라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능력있고 도덕적 흠결이 없는 사람을 정략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인준안을 계속 부결시키는 데 따른 부담 때문에 결격사유가 있는 사람을 대충 뽑는 것도 안된다. 그 판단은 청문회를 지켜본 의원들이 할 일이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잣대가 김 서리에게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우리는 꽤나 소중한 정치적 체험을 하고 있다. 국무총리 같은 높은 공직의 자리는 아무나 오를 수 없다는 공감대를 얻게 된 것이다. 국정수행 능력 이전에 엄격한 도덕성을 갖추지 않고서는 총리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도 의미있는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총리에 대한 도덕적 기대수준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엄격한 공직 인사의 전통을 계속 확립해 나가는 것은 국가 장래를 위해 긴요하다. 세 번의 청문회를 통해 우리는 총리 인준에 요구되는 잣대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이제는 그 기대 요구의 허용치가 어디까지인지를 정밀하게 검토하고 새로운 기준을 정립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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