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은 목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가지를 친다. 뇌 동맥은 목의 앞 뒤에서 각각 2개가 올라와 뇌 바닥에서 서로 연결되는 로터리를 이룬다. 그리고 각기 뇌 연질막을 감싸거나 뇌 속을 파고들며 다시 위로 올라가면서 계속 갈라져 실핏줄을 통해 뇌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 혈관의 어느 부위든지 막히는 것이 뇌경색, 터지는 것이 뇌출혈이다. 특히 한국인에게 많은 뇌경색은 피떡이 혈관을 막는 것과 혈관 벽이 누룽지처럼 단단하게 좁아져 있는 것으로 구분된다.
그런데 굵기가 5㎜ 이하인 혈관이 좁아진 경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경기 부천시에 있는 가톨릭대 성가병원 뇌중풍 치료팀은 이처럼 굵기가 2.5∼4㎜인 뇌혈관이 막혔을 때 머리를 열지 않고 치료하는 ‘그물망 시술’ 등 각종 ‘혈관 내 수술’에서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물망 수술은 뇌경색 환자의 사타구니나 겨드랑이 등의 동맥으로 금속 성분의 그물망을 밀어넣어 뇌혈관까지 도달하게 해서 뇌혈관을 넓혀주는 것. 치료팀은 1998년부터 190명에게 ‘그물망 수술’을 해 왔으며 성공률은 98%를 넘는다.
특히 목동맥이 막힌 경우 이전에는 목의 혈관을 찢고 찌끼를 제거하거나 동맥을 통해 풍선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미세수술을 했지만 그물망 수술을 통해 부작용과 재협착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뇌중풍을 치료하는 무기는 그물망 수술뿐이 아니다. 팀은 병의 종류와 상태 등에 따라 기존의 수술법 외에 다양한 미세수술법으로 환자를 치유하고 있다. 이 팀은 500여명을 뇌를 열지 않고 치료했으며 성공률 95%를 자랑한다.
치료팀은 뇌혈관을 입체적으로 정확히 볼 수 있는 ‘3차원 회전 혈관 촬영기’로 진단해서 치료법을 결정한다.
치료팀원 중 신경외과의 백민우, 한정훈 교수는 주로 머리를 열지 않는 수술을 하고 같은 과 박익성 교수는 머리를 여는 수술을 한다. 이 외에 신경과 최영빈, 신경방사선과 유원종, 심장내과 박인수, 정신과 최보문, 재활의학과 박주현, 응급의학과 김형국 교수와 방사선 기사 김계연 정원석씨, 전경숙 간호사 등이 진단과 치료에서 팀워크를 이뤄 ‘총체적 진료’를 한다.
이 팀은 1999년 일본 센다이에서 열린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재 학술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또 지난달 일본 교토에서 열린 ‘세계 뇌졸중 외과학회’에서 지금까지의 수술 결과를 발표해각 국 의사들의 관심을 끌었다.
백 교수는 “지금까지 뇌혈관은 굴곡이 심해서 그물망을 넣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의학 기술의 발달로 상황이 바뀌었다”면서 “그물망 수술 등 뇌를 열지 않고 하는 수술이 점점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 교수는 “뇌중풍은 전조 증세가 나타났을 때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받아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면서 △갑자기 한쪽 팔 다리나 얼굴 등이 저리거나 힘이 빠지고 △한쪽 눈의 시력이 나빠지고 침침해지며 △평소와 전혀 다른 두통이 생기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면 뇌중풍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뇌는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안되므로 응급상황이 왔을 때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몸의 한쪽이 마비되거나 정신은 멀쩡한데 말이 잘못 나오거나 남의 말을 이해할 수 없을 때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으면 ‘응급상황’이므로 늦어도 6시간 내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
박 교수는 “뇌중풍은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면서 “금연과 절주에다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뇌중풍은 60대 이상 노인에게만 온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30, 40대에도 생길 수 있으며 폭음해서 ‘필름이 자주 끊기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환자는 혈압과 혈당 관리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요즘 채식 열풍이 불면서 ‘기름기 있는 음식은 백해무익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을 만드는 주요 성분이다. 마른 사람은 지방을 충분히 먹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혈관 벽이 약해져 중풍이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뇌중풍 신경외과 명의들▼
뇌중풍은 신경과와 신경외과 등에서 치료한다. 뇌중풍의 신경과 명의는 1월 28일자로 소개했으므로 이번에는 신경외과의 명의들을 소개한다.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이규창 교수는 뇌혈관이 꽈리처럼 부풀어오르는 뇌동맥꽈리의 치료에서 세계적인 대가다. 미국 교과서에도 이 교수의 수술 성적이 최고라고 실려 있다.
서울대병원 한대희 교수는 뇌혈관질환 전반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규창 교수와 함께 이 분야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가톨릭대의대 의정부성모병원 김달수 교수는 비절개 뇌혈관질환과 어린이의 뇌중풍인 ‘모야모야병’의 치료에서 세계적인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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