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정신병 환자와 가족, 의료진 등 600여명이 모여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 ‘정신가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정사모)의 발기인 대회가 열린 것. 송웅달 회장(62)은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무지, 냉소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78년부터 17년간 보험감독원에서 일하다가 95년부터 ‘정신병 바로 알리기’ 운동의 최일선에 나선 송 회장. 그는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와 정사모 회장이면서 ‘하나님의 교회’ 목사이기도 하다. 이 교회는 정신병 환자와 가족들만 모여 예배하는 곳으로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있다.
“10여년 동안 아들 뒷바라지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문득 ‘내가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람의 고통은 얼마나 클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송 회장은 정신병 환자의 아버지다. 1988년 고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 선국씨(33)가 학교에서 심한 매를 맞은 뒤 정신분열병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 혼미한 정신, 과잉행동…. 송 회장과 가족들의 눈물나는 간병과 본인의 투병의지가 뒷받침돼 선국씨는 건강을 되찾고 현재 전도사와 가스펠 가수로 일하고 있다.
가족협회에 따르면 현재 정신병 환자는 130만명, 가족까지 합치면 500만명이 넘는다. 장기 치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가난한 데다 사회적 차별까지 겹쳐 생존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정신병을 ‘마음의 병’으로 잘못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병은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뇌의 병’일 뿐입니다. 치료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고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죠.”
송 회장은 최근 ‘자이프렉사 파동’에 대해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국적 제약사인 엘라이릴리사의 정신분열병 치료제 자이프렉사가 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이유로 2차 약제로 바뀐 것. 2차 약제는 1차 약제를 쓴 뒤 치료효과가 없다는 게 확인돼야 쓸 수 있는 약물이다.
처음부터 사용하려면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하지만 대부분 빈곤층이라서 처방 받기가 쉽지 않고 1차 약제에 대한 부작용으로 입원이 잦아져 보험재정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것이 송 회장의 주장이다.
“이는 또 하나의 ‘무지의 결과’입니다. 정신병은 감기와 다릅니다. 좋은 치료제가 있다면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가 아쉽습니다.”
정사모는 내년까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100만명의 회원을 모집할 계획이다. 회원이라고 특별한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신병에 대해 바로 알고 환자를 차별하지 않으며 따뜻하게 대하겠다는 입회서 한 장과 환자 재활 등에 사용될 입회비 1000원을 내면 회원이 될 수 있다. 02-928-1152∼3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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