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쯤 돼 보였어요. PC방 손님 중 한 명이 “시간이 늦었으니 집에 들어가셔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니까 대뜸 이렇게 대꾸하더군요.
“푸허허….”
저도 모르게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10대들도 하기 힘든 온라인 게임 ‘레드문’(www.redmoon.co.kr)의 최고 고수에게 이런 말을 하다니. 당장이라도 머리 위로 뛰어올라 공중제비를 몇 바퀴 돌고 그 손님 뒤에 착지한 뒤 “니가 게임 맛을 알아?”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 되더군요. 그 손님 모니터에는 고스톱이 띄워져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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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할머니가 게임을 잘한다고 하니까 여기저기서 게임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부탁 받는 족족 다 가르쳐 주는 것은 고수의 도가 아니지요.
초보들에게는 먼저 기초 체력 훈련을 시킵니다. “나도 할머니 게임왕 한번 돼 보자”라고 조르는 친구들은 지금 열심히 타자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Lesson 1:“손을 먼저 풀어라.”
손이 풀린 남편 친구들은 돋보기를 코끝에 걸치고 지금 열심히 ‘온라인 고스톱’을 치고 있습니다.
Lesson 2: “가장 간단한 게임을 통해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도록 하여라.”
게임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있는 사위에게는 “어디에 있든 반드시 아내와 함께 하라”고 시켰습니다. 사위는 게임상에서 아내를 보호하기 위해 몬스터에 대신 맞아주기도 하고 딸은 남편의 캐릭터에게 아이템을 주워다 주기도 하면서 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덕분에 술을 안 마셔서 간이 깨끗해졌대나 어쨌대나 ^^.
우리 PC방 앞의 회사는 저의 가르침에 따라 사장 과장 공장장들이 퇴근 후 함께 와서 게임을 즐긴답니다. 팀을 짜 게임을 하면서 내기도 하고 음료수를 돌리기도 하며 팀워크를 키웁니다.
Lesson 3: “게임을 통해 인간관계를 돈독히 하도록 하여라.”
게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으며 실력도 뛰어나지만 자신의 공력(功力)을 의롭지 못하게 허비하는 ‘사파(邪派)의 고수’도 있습니다. 손님 중에 피골이 상접한 한 20대 초반의 총각이 있는데, 아 글쎄 이 사람이 7일째 집에 안 들어가고 사발면만 먹으면서 게임을 하는 거 있죠. 그때는 정파(正派)의 고수인 제가 게임 속으로 들어가 그를 만납니다. 여러 합이 오고 간 끝에 쓰러진 그를 향해 제가 말합니다. “무림을 떠나거라. 처음부터 게임을 다시 배운 다음 돌아오거라.”
shyang45@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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