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연일 떨어지고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도 대통령이 경제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었다.
8월13일 텍사스주 웨이코바일대학에서 열린 경제포럼에는 부시 행정부 각료의 절반과 각계 인사 240여명이 참석해 미국 경제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이 끝난 뒤 부시 대통령은 자본수입 감세와 자본손실 공제 같은 감세계획을 발표하는 등 나름대로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뉴욕 월가(街)의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상당수는 봇짐을 쌌다. 앞으로 2, 3년간 월가를 떠나 인생이나 즐기고 돌아오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월가를 등지는 이유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포럼이 열린 다음날 아침 배달된 조간신문에는 열띤 토론의 와중에 졸고 있는 부시 대통령과 하품을 하고 있는 딕 체니 부통령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월가의 한 펀드매니저는 최근 한국의 지인에게 보낸 e메일에서 “졸고 있는 대통령과 하품하고 있는 부통령의 사진을 보면서 당분간 주가가 살아나기는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2년 정도 미련없이 일을 쉬겠다는 펀드매니저들이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요컨대 시장경제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정부의 최고지도자가 경제에 관심이 없으면 단기부양책이 아니라도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이 떠난다는 것은 그들이 당분간 미국 증시를 극히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후 미국 주가는 기업실적 악화에 이라크전쟁이라는 불확실성이 겹쳐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4일 미국 주가는 3일째 하락해 다우지수는 4년, 나스닥지수는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를 좌우한다는 점. 유럽이나 아시아 각국의 주가도 직접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는다. 한국의 투자자들도 결코 미국 증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골드만삭스의 에비 코언 등 미국 경제에 대한 대표적 낙관론자들은 폭락장세가 시작되자 입을 닫았다. 기업실적, 이라크전쟁 가능성 및 형태, 소비심리 지속 여부 등 미국 증시를 둘러싼 거의 모든 주변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아직은 바닥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국의 투자자들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김상영 경제부 차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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