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 금메달의 주역인 차미정(33·대전시청)은 복받치는 감정을 굳이 감추려하지 않았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98년 방콕대회.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첫날 개인전에서 한국의 이지연 이미영 차미정이 1,2,3위를 휩쓸자 한 나라가 메달을 독식할 수 없다는 새로운 규정을 급조했다. 이에 따라 동메달리스트인 차미정은 사상 첫 케이스로 메달을 박탈당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4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아요. 3위 상장은 주면서 동메달은 4위가 가져간다니 말이 안 되잖아요.”
명예회복을 벼르고 나선 이번 대회에서 차미정은 또 한번의 아픔을 겪었다. 3일의 개인전에선 17위에 머물렀고 4일 김수경(천안시청)과 짝을 이룬 2인조전에선 5경기까지 말레이시아에 29점을 앞서고 있다 최종 6경기에서 자신이 183점에 그치는 바람에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
“눈물을 꾹꾹 눌러 가슴속에 묻었어요. 수경이 볼 낯도 없었구요.”
이날 여자 3인조전을 앞두고 차미정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내 힘으로 꼭 금메달 한 개는 따야 한다”고. 그리고 그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한국은 5경기째까지 대만에 무려 31점이나 뒤져 있다가 마지막 경기에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엮어냈다. 그 주역은 바로 5프레임부터 연속 6개의 스트라이크를 작렬시키는 등 경이적인 264점을 때려낸 차미정이었다.
부산〓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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