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는 단지 출발점일 뿐입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습니다”.
옌벤이 고향인 그는 조선족 출신이다. 3년 전 중국의 전국체전에 헤이룽장성 대표로 70㎏급에 출전할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다. 그러나 그렇게 원했던 대표선수의 길은 번번히 그를 외면했다.
고심 끝에 그는 한국행을 결정했다. 조국에 가서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아경기에 나갈 수 있으면 더욱 보람있는 일이 아닌가. 그래서 그는 2000년 4월 한국 땅을 밟았다.
김춘란을 한국으로 데려오는데 앞장섰던 이는 부산역도연맹 부회장인 정원덕씨(59). 그는 “중국역도를 세계최강으로 이끈 한귀화 전감독과는 오랜 친구사이다. 어느날 한감독이 뛰어난 조선족 선수가 있는데 그냥 썩히기 아깝다면서 김춘란을 소개해주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20여차례 중국을 방문하며 김춘란의 귀화를 추진했다.
한국에 오기만 하면 곧바로 태극마크를 달 줄 알았지만 여의치 않았다. 관련법규에 의해 최소한 2년간 한국에 머문 뒤에야 귀화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것. 미래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2년을 보내면서 김춘란은 많은 고초를 겪었다. 실업팀 입단이 불가능해 부산시체육회가 제공하는 보조금에 의존해 어렵사리 생계를 꾸려가야했다.
무엇보다 선수등록을 할 수 없었던 현실이 그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69kg급에 번외선수로 출전했던 김춘란은 인상 107.5kg, 용상 135kg 합계 242.5kg을 들어올렸다. 인상기록은 당당한 한국 신기록이었지만 한국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춘란은 지난 5월 귀화적격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7월에는 무릎부상을 딛고 대표팀 선발 지명평가전을 통과해 아시아경기대표로 선발됐다. 대표팀 합류가 확정되는 순간 그는 설움이 복받치듯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었다.
김춘란은 당초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은 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때문에 4위는 실망스러운 결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는 결코 좌절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숙원을 이뤘으니 다음 대회에서는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역도선수 출신인 정인수씨와 가정까지 꾸려 이제 운동에 전념하는 일만 남았다. 그의 역도 인생은 이제부터다.
한편 이 경기에서는 중국의 리우 춘홍(17)이 합계 263.5kg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부산〓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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