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관의 ‘보고 묵살’을 수사하라

  • 입력 2002년 10월 6일 18시 16분


‘6·29 서해교전 직전 김동신(金東信) 당시 국방장관이 교전 위험성을 알리는 첩보 보고를 묵살했다’는 국감 증언에 대해 국방부가 특별조사에 착수했다. 대북정보를 담당하는 5679부대장인 한철용(韓哲鏞) 소장의 폭탄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안보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국민적 관심을 감안할 때 진상조사는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우선 이번 조사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여부를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다. 이번 일의 본질은 현역 장성이 국회에서 군사기밀을 내보이며 폭로성 발언을 한 것에 있는 게 아니라 국방장관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알리는 보고를 묵살했느냐 하는데 있다. 그럼에도 군과 정치권 일각에서 한 소장의 폭로 과정을 문제삼는 등 본말이 전도된 주장을 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방부가 한 소장을 보직 해임하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가 사전에 ‘결론’을 정해 놓고 추진하는 일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5679부대의 보고 내용과 이에 대한 국방장관의 지시 사항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으며 부적절한 정보 판단이 있었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만일 이번 조사가 김 전장관에 대한 의혹 벗겨주기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이는 서해교전에서 스러진 호국영령들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한 소장의 행동에 대해 민주당 쪽에서 ‘진급 불만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대선을 위해 부대장을 회유했다’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도 본질과 관계없는 한심한 정치공세일 뿐이다. 그런 식의 정치공세로는 국방을 강화할 수 없고 국민을 설득할 수도 없다.

국방부는 김 전 장관은 물론 한 소장 윗선의 정보관계자들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치우침없는 수사를 통해 서해교전에서 우리 군이 어처구니없이 당한 피해가 누구 책임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만이 부끄러운 사태의 재발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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