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스키 시장을 ‘접수’한 다국적 기업과 순수 토종 기업간의 한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
두산은 지난달 새 슈퍼프리미엄(SP)급 위스키 ‘피어스클럽 18’을 발표하고 4년 만에 위스키 사업을 재개했다. ‘피어스클럽 18’은 18년산 이상 원액으로만 제조한 최고급 위스키. ‘피어스클럽’은 영국에서 ‘귀족 모임’을 뜻한다고 두산측은 설명했다.
이 제품의 출고가는 500㎖ 1병당 2만9480원으로 기존 17년산 위스키 중 가장 싼 ‘윈저 17’(디아지오코리아)과 똑같아 SP급 위스키 시장에 ‘가격파괴’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두산주류BG 최형호 상무는 “국내 위스키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 토종 브랜드가 외국 브랜드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내년까지 SP급 위스키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두산은 1998년 옛 두산씨그램의 지분 50%를 씨그램 본사에 매각하면서 위스키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18년 동안 줄곧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던 주인공.
두산에 앞서 이달 초 새 브랜드 ‘랜슬럿’을 발표한 하이스코트(하이트맥주 계열)도 2년 안에 위스키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우고 공격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이스코트는 대대적인 신문광고 등 400억원의 마케팅 예산을 쏟아 붓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하이스코트는 3일 ‘랜슬럿’ 12년산과 17년산 2종을 발표한 데 이어 11월경 21년산과 30년산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
‘스카치블루’의 롯데칠성도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만년 4위였던 롯데칠성은 8월 시장점유율 12.6%로 2개월 연속 하이스코트를 제치고 점유율 3위 자리를 지켰다.
진로발렌타인스를 선두로 하는 ‘다국적파’의 수성(守城) 의지도 만만치 않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3∼4년 전까지만 해도 오비씨그램, 하이스코트, 진로위스키 등 국내 업체가 장악했다.
지금은 ‘발렌타인’ 제조업체인 영국 얼라이드 도멕이 70%의 지분을 가진 진로발렌타인스, ‘윈저’와 ‘조니 워커’의 영국계 디아지오코리아, ‘시바스리갈’의 프랑스계 페르노리카코리아 등 3개사가 국내 시장의 67%를 점유하고 있다.
진로발렌타인스 관계자는 “두산이 저가정책으로 시장을 공략할 의도를 보이고 있지만 품질에서 차이가 난다”며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디아지오코리아(옛 씨그램코리아, 한국시장 점유율 2위)도 ‘윈저’와 ‘조니워커’를 앞세워 씨그램코리아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프랑스계 페르노리카코리아(5위)는 시바스리갈, 로얄살루트 등 고급 위스키 시장에서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두산의 위스키 사업 재개로 두산-하이스코트-롯데칠성으로 구성된 ‘토종파’와 이들 ‘다국적파’가 앞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을 놓고 치열한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