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그린벨트 지역 안의 노후 주택 대부분을 현지 주민이 아닌 외지인들이 사들이고 있어 ‘주민의 재산권 보호’와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그린벨트 해제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린벨트 해제 대상 지역은 노원구 중계본동 29-47(4만5200평), 상계1동 1200-1(1만1600평), 은평구 진관내동 411-3(8만1700평), 진관외동 315-3(14만8600평), 구파발동 113-22(6만5700평), 강동구 강일동 360-50(3만4800평), 종로구 부암동 306-10(3만8900평) 일대 등 모두 7곳이다.
6일 오후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노원구 중계본동 29-47 일대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역. 판잣집을 연상케 하는 낡은 집들이 산등성이를 따라 빽빽이 들어찬 마을 입구에는 20여 곳의 부동산 중개업소가 즐비하게 늘어서 성업 중이었다.
7년 전부터 소매점을 운영중인 주민 박경수(朴慶洙·46)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외지 사람들이 몰리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했다”며 “현재 상당수 사람들은 집을 팔고 마을을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개발제한구역 우선해제지역으로 지정된 이 마을은 지난 1년 동안 전체 1000여 세대 중 70% 이상이 외지인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또 다른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인 노원구 상계1동 1200-1 일대. 4평과 7평 등 10평 미만의 소형 노후 주택이 밀집한 이 곳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크게 올라 지난해 9월 2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4평 짜리 집이 최근에는 4000만원까지 뛰었다.
주민 김화철(金和哲·65)씨는 “그린벨트 해제 후 재개발을 하면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원주민들이 당장의 어려운 생활 때문에 집을 팔고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를 앞두고 원주민들은 세입자로 전락하고 이득은 외지인들이 다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 강일동도 사정은 마찬가지. 지난해 가을 5000만원선에 거래되던 6평 짜리 집이 지난 달에는 1억원에 매매될 정도로 집값이 폭등했다.
허름한 동네 어귀에는 30여곳의 부동산중개업소가 간판을 내걸고 성업 중이었다. 주민 곽모씨(56·여)는 “6평 짜리 집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들 그린벨트 해제 예정지에 일반분양 아파트 6000가구와 임대아파트 1만3000가구를 1대 2의 비율로 혼합해 건립하는 공영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상계1동, 중계본동 등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임대아파트가 밀집한 노원구에 또 다시 임대아파트를 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의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상계1동 주민 정모씨(68)는 “70세가 다 되도록 쓰레기통만도 못한 7평짜리 집에서 30년을 살아왔다”며 “시는 임대아파트 건립 계획을 취소하고 일반분양 아파트를 늘려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