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빨라지는 증시주기 '대세 투자' 이젠 옛말

  • 입력 2002년 10월 7일 17시 38분


한국 증시의 호흡이 빨라지고 있다.

10여년 동안 반복됐던 ‘4년 하락, 2년 상승’의 증시 주기가 최근 급격히 짧아지고 있는 것. 이는 증시가 역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는 뜻도 되지만 반대로 증시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더 커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증시의 큰 흐름을 따라다니며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돈 벌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깨지는 규칙들〓‘종합주가지수가 500 언저리일 때 우량주를 사서 지수가 1000이 되면 무조건 팔아버린다.’

간단하고 유치해 보이지만 이는 그 동안 한국 증시에서는 돈 버는 데 꽤 쓸모 있던 투자 전략이었다. 실제 1980년대 후반부터 이 방법으로 투자했다면 상당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1987∼2000년 한국 증시는 대략 4년의 하락기, 2년의 상승기라는 패턴을 반복했다. 하락기에는 어김없이 지수가 500까지 떨어졌고 상승기에는 반드시 1000을 넘었다.

그런데 이 같은 규칙이 최근 무너졌다. 지수가 1100을 넘었던 1999년 말부터 지수가 400대로 떨어졌던 지난해 10월까지 걸린 시간은 2년이 채 안 된다.

그리고 이후 지수가 937.61(올해 4월18일)에 오르기까지는 고작 6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상승기이건 하락기이건 그 길이가 과거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

지수가 한번 상승세를 타면 예외 없이 1000을 넘겼던 규칙도 깨졌다. 지수가 940에서 하락세로 돌아서는 바람에 ‘지수 500 때 매수, 1000 때 매도’를 벼르던 투자자는 주식을 팔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높아지는 변동성〓왜 이처럼 증시 호흡이 빨라지고 있을까. 그리고 이런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전문가들이 꼽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자본시장 개방으로 외국 자금이 증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덕분에 한국 증시는 세계 경기 전망에 거의 실시간으로 반응하게 됐다. 지난해 10월 증시가 상승세를 탄 것도 외국인의 기민한 매수 덕분이었고 올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외국인의 주식 매도 탓이었다.

인터넷 발달과 공시제도의 활성화로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진 것도 한몫했다. 이제는 개인투자자도 집에 앉아서 주요 투자자들의 동향과 경기 지표에 대한 증시 반응이 어떤지 알 수 있게 됐다. 미래 전망에 대해 투자자들이 과거보다 훨씬 빨리 반응할 수 있게 됐으며 증시의 변동성도 그만큼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증시 추세의 주기가 빨라지는 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변화의 여지가 많아 ‘지수 500 매수, 1000 매도’나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는 전략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게 됐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애널리스트는 “과거처럼 시장의 큰 추세가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시장의 추세를 뒤쫓아 투자하는 방식으로는 좋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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