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코리안]뱅크원 신구전무-도이치 이정복전무

  • 입력 2002년 10월 7일 17시 50분


[이정복 전무] 연세대 경영학과(78학번)수학중 미 이민 뉴욕주립대(NYU)회계학과 KPMG에서 근무하다 91년부터 코리아펀드 매니저로 활동
[이정복 전무] 연세대 경영학과(78학번)수학중 미 이민 뉴욕주립대(NYU)회계학과 KPMG에서 근무하다 91년부터 코리아펀드 매니저로 활동

[신구 전무] 영남대 법대(78학번)콜로다도대학,로체스터대학 경제학 (석사) RanD(Reseach and Development)연구소 경제학박사 위튼스쿨 아시아센터 헤드

《존재는 사건을 통해 알려진다. 뉴욕 월가(街)에서 활약하는 한국인들은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증시의 큰손으로 자리잡으면서 비로소 알려졌다. 한국 상장주식의 35%를 갖고 한국증시를 좌지우지하는 외국인의 투자결정을 도와주고(애널리스트), 투자하기를 권유하며(브로커), 실제로 투자하는(펀드매니저) 외국인투자자 가운데는 한국인이 적지 않다. 생김새만 한국인일 뿐 영어가 더 자연스럽고 미국 영주권을 가진 월가의 한인들. 그들의 삶과 투자철학을 현지 취재로 연재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던가. 100년 이상 월가에서 펀드를 운용하면서 갖가지 경험을 해본 큰손 매니저들을 만나면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올 들어 외국인투자자가 한국증시에서 5조40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 종합주가지수가 630대로 떨어졌지만 그들은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악재가 겹치고 투자심리가 나빠져 주가가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량주의 주가는 오를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선 하루하루의 주가흐름에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 오하이오에 있는 뱅크원자산운용의 신구 전무는 “한국은 성장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기업의 이익률도 좋아 주가가 떨어져도 주식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신 전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생소한 인물이다. 월가에서 15년 동안 활동했지만 한국증시에 직접 투자한 것은 올해 초 뱅크원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를 맡으면서부터였다. 그가 직접 챙기는 투자규모는 20억달러 정도. 이 중 10%인 2억달러 안팎을 한국에 투자한다.

그는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늦깎이로 유학, 미국 공화당의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에서 일했다. 당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사람 가운데는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 폴 오닐 재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안보특보, 다케나카 헤이조 일본 경제재정상 등이 있다.

폭넓은 대인관계를 활용해 세계경제와 증시를 분석하는 신 전무는 “미국 경제의 회복이 늦어지겠지만 더블딥으로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적 시각에서 주식을 팔기보다는 우량주를 매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사람은 숫자에 밝고 도박을 즐긴다는 점에서 증시와 궁합이 맞다”며 “21세기에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는 금융인 만큼 한국 금융기관이 미국의 주요 은행이나 증권사를 인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1년부터 코리아펀드 운용을 맡아 한국에 잘 알려진 도이치자산운용의 이정복 전무도 “종합주가지수 660선 아래는 너무 싸다”면서 “언제 시장이 상승하고 하락할지 모르기 때문에 장기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10년 동안 종합주가지수(달러 표시)가 연평균 1.55% 하락했지만 코리아펀드는 연평균 9.64%의 수익을 낸 것도 장기투자 덕분이라는 설명. 그는 “1년에 주식을 바꾸는 비중이 15%가 안 된다”고 밝혔다.

기업 이익이 많이 나는데도 한국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경영투명성과 배당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아 회사 가치가 소액주주에게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믿음이 확실하지 않고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낮아 외국인투자자의 매물을 받아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무는 “한국 경제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기업과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가 약화되고 있는데 이런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고 덧붙였다.뉴욕〓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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