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번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파견한 인원은 선수 임원 311명과 응원단 363명 등 모두 674명. 어느 종목이든 이들이 나타나는 경기장은 으레 관중석이 터져나간다. 대회조직위조차 이들의 때아닌 관중몰이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
특히 미모와 화려한 패션으로 관중을 사로잡는 북한 응원단은 단연 ‘인기 캡’. 과거 뻣뻣하던 선수단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우리도 신세대 패션〓여자 탁구의 김현희 선수는 항상 머리에 왕관 모양의 핀을 꽂고 경기에 나선다. “모양이 이상하다”고 농담을 건네자 활짝 웃으며 “가져온 게 하나밖에 없는데 바꿔 볼까요”라며 맞대응. 침묵으로 일관하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북의 미녀들이 모두 모인 듯한 응원단의 패션도 갈수록 화려해져 눈길. 대회 초반엔 천편일률적으로 흰색 운동복과 모자, 운동화 차림이더니 중반 이후엔 양장과 티셔츠, 고운 빛깔의 한복 등 매일 다른 패션을 선보이며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양장 차림으로 나설 때는 화장에 귀고리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굽 높은 구두에 핸드백과 양산으로 한껏 멋을 내 남쪽 멋쟁이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런 이들도 남쪽 젊은이들의 첨단 패션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머리를 염색한 이들을 “타락했다”고 하는가 하면 ‘찢어진 청바지’ 패션을 보고는 “아직도 옷을 못 사 입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묻기도.
▽우리도 이젠 살 만해〓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제대회에서 낯익은 북한 선수단을 만나면 우리 임원들이 “애들 선물이나 사라”며 작은 ‘정성’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이런 성의가 번번이 거절당한다. 또 선물을 전달하면 반드시 답례를 하는 것도 달라진 모습.
한 가지 재미있는 현상은 북한 임원들 대부분이 부의 상징인 롤렉스시계를 찼다는 점. 한국 선수단의 한 임원은 “우리도 한때 외국에 나가기만 하면 유행처럼 너도나도 롤렉스시계를 사온 적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북한 임원들이 차고 있는 롤렉스시계는 대부분 가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한 ‘우리 식대로’〓북한이 여자 탁구 단체전에서 세계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한 뒤 우승의 주역인 김윤미 선수에게 기자들이 소감을 물었다. 순간 그는 기다렸다는 듯 “위대한 수령 김일성 주석…, 위대한 지도자 김정일 장군 덕분에 금메달을 따게 됐다”는 말을 반복했다.
일방적인 약속 파기와 막무가내도 남측 인사들을 당혹케 한다. 각 종목의 남북한 임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경기가 끝난 뒤 술자리를 겸한 식사 약속을 잡지만 대부분 막판에 가서 ‘안 되겠다’며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한다는 게 한국팀 임원들의 말이다.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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