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지구기행][여행]西호주의 랜드마크, 사막의 파수꾼 피너클

  • 입력 2002년 10월 9일 11시 45분


오랜 세월 물에 의해 녹아 이런 모습으로 조각된 석회암이 모래가 걷히면서 모습을 드러낸 서호주 남붕국립공원 사구(砂丘)의 피너클사막. 외계의 한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미아 같은 느낌이 들만큼 이 곳의 풍경은 생경하다.-호주세르반테스〓조성하기자
오랜 세월 물에 의해 녹아 이런 모습으로 조각된 석회암이 모래가 걷히면서 모습을 드러낸 서호주 남붕국립공원 사구(砂丘)의 피너클사막. 외계의 한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미아 같은 느낌이 들만큼 이 곳의 풍경은 생경하다.-호주세르반테스〓조성하기자

《내가 사는 아름다운 행성 지구. 여기에는 60억 인구가 살고 있다. 언어 피부 말 생각은 달라도 이미 한 마을을 이룬지 오래인 지구인. 그런 지구촌은 여행을 하면 할수록 흥미진진하다. 상상도 못할 경이적인 자연현상, 생각지도 못한 산뜻한 볼거리, 마음이 따뜻한 지구촌 이웃 등등. 지구촌 여행을 꿈꾸는 독자가 여행 시 꼭 한 번 체험해 볼 만한 여행 어트랙션(Attraction)을 골라 현장체험기로 연재한다.》

지구 땅의 5.2%나 차지하는 지상최대의 섬 호주(Australia). 거기서도 가장 넓은 주는 서호주(Western Australia)다. 삼면은 해안선이 1만2000㎞나 되는 세 바다(남극해 인도양 티모르해)로, 한 면은 거대한 사막에 가로막힌 이 곳. 1만1000종의 식물 가운데 75%가 다른 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식물 상은 이런 ‘고립’에서 비롯됐다. 호주에서도 가장 호주다운 곳, 서호주의 랜드마크인 남붕(Nambung)국립공원의 피너클 사막을 찾아 체험여행을 떠난다.

호주의 9월은 우리로 치면 ‘꽃피는 춘삼월’. 적도 이남의 남반구인지라 계절은 우리와 반대다. 봄소식 하면 역시 꽃. 지난 주 까지 들꽃축제가 열린 퍼스(서호주 주도)시내 스완강변의 킹스파크는지금 원색의 들꽃으로 꽃 대궐을 이뤘다. 푸른 잔디와 수많은 야생화, 부리 큰 펠리컨이 노니는 스완강, 그리고 파란 하늘과 푸른 강을 배경으로 드러난 도시의 스카이라인. 킹스파크에서 바라다 보이는 퍼스의 도시풍경. 청량감의 극치를 지향하는 한 잔의 샴페인이었다.

오전 8시. 승객 20명을 태운 여행사(오스트랄리안 피너클 투어즈)의 독일산 ‘만’(MAN) 사륜구동트럭이 퍼스 중심 가를 떠났다. 목적지는 240㎞ 북방 인도양 해변의 남붕국립공원에 있는 피너클사막(Pinnacle Desert). 화물칸을 버스실내처럼 개조한 사막투어용 8t트럭은 시속 100㎞로 하이웨이를 달렸다.

위성도시 준달룹을 경유, 한시간만에 얀쳅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코알라 웜뱃 등 호주의 토종 야생동물을 가둬 보여주는 이 곳. 울타리 밖의 골프장에서 재미있는 장면을 목격했다. 페어웨이를 10여 마리 캥거루 무리가 점령했고 라운딩중인 골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드라이버샷을 날렸다.

다시 2시간 반을 달려 찾아간 곳은 해안가 작은 마을 세르반테스. 하얀 산호가루 해변을 밟고 트럭은 바닷가로 나갔다. 피너클 사막은 여기서 7㎞ 거리. 비포장 너덜 길로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거대한 사구(砂丘·Dune)의 모래언덕이 수평선 아래로 펼쳐졌다. 시시각각빛의 세기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사구. 때로는 골든 옐로우, 때로는 인디언 핑크빛이었다.

차에서 내리면 사구트레킹이 시작된다. 피너클 사막을 한 바퀴 돌아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트레킹 코스는 일방통행의 흙길(3.5㎞). 24인승 이하 중소형 차량은 통행이 허용되지만 피너클 사막의 진수를 즐기자면 역시 타박타박 걷는 것이 좋다.

사구란 바람에 실려 날아온 고운 입자의 모래먼지가 오랜 세월 쌓여 형성된 거대한 언덕. 피너클 사막은 해안선과 평행하게 수㎞나 이어진 사구 한 가운데 있었다.

주차장을 벗어나 굽어진 길을 돌아서자 장관이 펼쳐졌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그 피너클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황금빛 사구의 모래바닥에서 불쑥 솟아 가차없이 하늘을 찌르는 수천 수만 뾰족 봉의 집합. 실제 마주하니 그 감동은 사진으로 보았을 때와 깊이가 달랐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에 머리가 무거울 정도였다. 자연의 힘은 그렇게 위대한가 보다.

오르내림이 잦은 사구의 구릉. 피너클은 그 사막의 온 사방에 산재했다. 모양도 제각각, 크기도 가지가지였다. 작은 것은 무릎 높이, 큰 것은 3.5m나 됐다. 만져보니 단단한 석회암 돌기둥, 빛깔 역시 수시로 변했다. 구름이 햇빛을 가리면 잿빛, 직사광선 내리쬐면 황금빛, 석양에는 주황빛. 피너클 사이 사구의 모래바닥을 보라. 물결처럼 바람자국이 아로새겨져 있다. 어느 예술작품이 이만큼 아름다울 수 있을까. 더욱 아름다운 것은 피너클 그늘 아래서 푸른 잎을 키우는 끈질긴 생명력. 그 메마른 사막에서도 생명은 유지된다. 이런 피너클 사막은 대륙 호주에서도 오로지 남붕 국립공원에서만 볼 수 있다.

트럭은 사구의 중심을 찾아 해변으로 향했다. 멀리선 바라본 사구는 온통 흰 색이다. 산호가 부서진 모래이기 때문이다. 30여분 동안 달리는 모래바닥에는 돌부리가 많다. 모두가 피너클이다. 사구중심에 들어선 트럭. 60대의 노련한 트럭드라이버 브라이언은 액셀러레이터를 깊고 급하게 밟았다. 트럭은 굉음을 내며 흰모래 언덕을 순식간에 차고 올라갔다. 사륜구동의 진가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듄(Dune) 드라이빙이 시작된 것.

모래언덕의 마루. 바람이 부는 방향 정반대편의 사면은 경사가 30도를 넘어 절벽에 가까웠다. 거꾸로 처박힐 듯 공포가 느껴지는 이 모래언덕을 트럭이 질주했다. 비명과 환호가 뒤섞였다. 이러기를 서너 차례. 이번에는 샌드보딩 차례였다. 운전기사는 미리 준비한 보드를 꺼내 손님에 준다. 이 모래언덕에서 미끄럼을 즐기는 순서였다.

퍼스로 돌아가는 길. 도로는 양과 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거대한 초원, 이름 모를 들꽃으로 노랗게 채색된 구릉, 나무가 하늘을 가린 숲을 달렸다. 서호주의 때묻지 않은 자연을 즐기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이 길. 피너클 사막 사륜구동 투어는 가장 호주다운 여행이다.

▽여행정보▽

△기후=지중해성. 10월 평균기온 12∼22도 △시간=서부표준시(시드니와 2시간 차). 싱가포르와 동일, 서울과는 한 시간차. △쇼핑=오전 9시∼오후 5시반(금 오후 9시, 토 오후 5시).△전기=240V △숙소 카지노=버스우드 호텔(5성급) 연중 363일 개장. 청바지 운동화 차림 입장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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