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자하키대표팀 김창백 감독(46). 그는 1999년 한국여자대표팀 감독에 올랐으나 불과 3개월 만에 성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와신상담 끝에 2000년 1월 중국으로 건너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불과 2년여 만에 중국 여자하키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며 상처받은 자존심을 되찾았다.
김 감독이 ‘중국 여자하키의 히딩크’로 불리게 되기까지 처음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중국하키협회에서 그의 능력을 반신반의해 월급을 3분의 2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팀이 시드니올림픽 예선을 통과하면 주겠다고 한 것. 그는 팀을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로 이끌더니 5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까지 엮어내면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지난달에는 세계 6강만이 출전하는 챔피언스트로피대회에서 중국의 사상 첫 우승을 조련했다. 또 9일 강서하키장에서 열린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예선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도 한국을 2-0으로 물리쳤다. 11일 금메달을 놓고 다시 맞붙어야 하지만 예선에서 한국을 꺾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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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의 성공비결은 무얼까. 선수 선발의 전권을 위임받은 그는 광둥성과 지린성 출신으로 양분되던 대표팀을 해체하고 지연을 떠나 실력 위주로 팀을 다시 구성했다. 스파르타식 훈련과 함께 하루 24시간 선수들과 함께 지내며 세심한 관리를 했다. 올해 베이징의 집에서 잠을 잔 적은 단 사흘뿐이었다. 훈련할 때는 엄격했지만 숙소에서는 다정한 아버지처럼 선수들의 생일이나 집안 일을 챙겨줬고 은퇴 후 진로를 마련해 주자 선수들도 마음을 활짝 열었다.
올 연말 계약기간이 끝나는 김 감독은 중국하키협회로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물론 아예 종신 감독을 해달라는 제의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는 자칫 나태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2년 단위로 계약하자고 굳이 고집했다.
아시아경기대회가 자신의 고향인 부산에서 열려 더욱 각별한 느낌이라는 김 감독은 “한국 사람으로서 어디서든 내가 맡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자세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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