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600선 무너진 날…증권사 객장 표정

  • 입력 2002년 10월 10일 16시 11분


종합주가지수 600선이 무너진 10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객장은 도서관처럼 조용했다. 시세판은 주가하락을 나타내는 녹색으로 가득하고 몇몇 고객이 멀뚱히 앉아 있었다.

40대 고객에게 "주가가 더 떨어질까요"라고 말을 붙였더니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한 고객은 "이제 올라도 그만, 더 빠져도 그만이다"며 점심 시간에 객장을 떠났다.

이날 객장은 '자포자기'가 지배했다. 한 직원은 "이미 한 달 이상 주가가 바닥을 헤맨 탓에 600선 붕괴가 별 충격을 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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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쯤 객장에 나온 50대 아주머니는 "자고 나면 떨어지고 자고 나면 떨어지고…."라며 혼잣말을 반복했다. 그는 "오후장에 반등해 600선이 회복될 줄 알았는데…."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투자자들의 충격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속이 탈 뿐 드러내놓고 원망할 곳도 희망도 없어 보였다.

장기증권저축에 가입한 근로자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더했다. 옆에서 힐끔 본 단말기에는 장기증권저축 금액과 '원금손실'이라는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

객장 입구에는 증권사 연구원들이 제시한 '금주의 추천종목'이 걸려 있었다. 국민은행 SKT 휴맥스…. 이들 종목은 이날 각각 5.47%, 5.13%, 4.17%나 폭락했다.

증권사가 제공하는 전광판 뉴스에는 '고가주는 큰 폭 하락, 저가주는 선전'이라는 내용이 나오고 케이블TV에는 기술적 분석이 계속 됐다.

'10월에 적어도 800포인트까지는 반등한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약화됐다.' '낙폭과대 만큼 좋은 재료는 없다.' 한 동안 자주 들어온 이야기들이 무색했다.

자영업을 한다는 김태주씨는 "상담사들은 일단 팔아 현금을 확보한 후 투자 시기를 기다리라고 했다"며 "그러나 짧은 기간에 손해액이 커 차마 팔 수 없다"고 말했다.

오후 2시가 넘어 오후장 반등의 희망도 사라졌다. 하락폭이 30포인트 이상으로 커지자 그나마 몇 명 없던 객장이 더욱 썰렁해졌다.

몇 시간 째 주문을 망설이던 고객은 "설마 500대까지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며 "좀 더 떨어지면 매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고객은 "650선에서 저가 매수에 나섰다가 낭패를 당해 이제 더 투자할 돈도 없다"고 말했다. 결국 종합주가지수는 35.90포인트 빠진 584.04로 마감했고 객장은 여전히 조용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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