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콜금리를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인상을 내비치는 발언을 몇 차례 했다는 점에서 약간 의외다.
두 뉴스는 별개의 사안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가 두 사안을 다루는 태도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재경부는 산은 대출금 대북(對北)지원 의혹 규명과 관련해 “감사원이나 금융감독위원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금리 조정에 대해서도 “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라며 공식적으로 나서지 않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과연 재경부는 권한과 책임이 없는 것일까.
산업은행법 47조는 ‘재경부장관은 산은을 감독하고 필요한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법 49조에는 ‘산은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거나 소속 공무원으로 하여금 산은의 업무상황 또는 장부 서류 기타 필요한 물건을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근영(李瑾榮) 금감위원장은 4000억원 대출이 나갈 당시 산은 총재였다. 의혹규명 의지도 없어 보이지만 설사 조사에 나서더라도 ‘자기가 자기를’ 검사한 결과를 누가 믿겠는가. 현대상선 대출 문제와 관련해 재경부가 산은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해야 할 핵심적인 이유다.
금리 문제는 어떨까.
한국은행법을 보자. 91조에는 ‘재경부 차관은 금통위 회의에 열석(列席)하여 발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전체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리에 대한 견해를 밝힐 수 있는 제도가 갖춰졌다는 뜻이다. 이런데도 윤진식(尹鎭植) 재경부 차관은 한번도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재경부 간부들이 금리에 관해 침묵을 지킨 것도 아니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금리 인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재경부가 통화정책에 관한 금통위의 권한을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런 식의 일 처리는 곤란하다.
재경부 고위관료들은 자주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푸념에 앞서 ‘있는 권한’이나마 제대로 쓰고 있는지 살펴볼 때다.
천광암기자 경제부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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