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종합주가지수 600과 590이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답답하다. 투매장에서는 장사가 없으니 일단 팔고 보라는 사람도 있고 지금 팔면 아쉬울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다만 과거의 시장 경험을 잘 살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후회하지 않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하락장 속의 과매도 현상〓박윤수 LG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하반기에 시장이 약세일 것이라는 종전의 진단에는 변함이 없지만 최근 상황은 ‘과매도’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매도’란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이 주식을 필요 이상으로 낮은 가격에 많이, 그리고 빨리 파는 것을 뜻하는 말.
650대이던 지수가 5일 만에 60포인트 이상 내리고 하루 하락폭이 35.90포인트나 되고 값이 내린 종목이 오른 종목보다 월등히 많은 것 등이 과매도의 전형적 신호라는 것.
박 상무는 “투매는 중장기적인 바닥에서 나오는 만큼 지금 주식을 팔라고 권하기는 적절치 않다”며 “장기적인 상승은 아니겠지만 주가지수가 조만간 640∼650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부증권이 1999년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진 날 이후의 종합주가지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 11번 가운데 9번은 거래일 기준으로 10일 뒤 주가지수가 올랐다.
가장 최근인 6월26일에는 주가지수가 701.87로 7.15% 빠졌다. 다음날 지수는 710.43으로 1.21% 올랐고 거래일 기준으로 10일 뒤에는 764.88로 8.79% 올랐다.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식은 기업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한 것인데 주가가 많이 내리면 미래에 대한 시장전망이 약화된 것으로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주가가 회복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고 있어 내년에 의외로 회복이 빠를 수도 있기 때문에 우량주를 오래 보유하고 기다릴 심리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도 무방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행동하기엔 너무 늦었다〓이종우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센터 실장은 “행동하고 반응하기에는 이미 의미가 없어진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팔기에는 값이 내릴 대로 내려 버렸고 사기에는 반등의 계기가 불투명한 만큼 조용히 관망하는 방법밖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무너지는 금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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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각국에서 폭락하는 은행주 주가 탓에 한국 증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주 주가 급락은 지금까지 잠재해 있던 세계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풀이된다.
▽금융시스템 불안정 반영〓은행주는 올들어 전 세계 증시에서 잘 버텨온 업종이었다. 그런데 9월말부터 슬슬 밀리기 시작하더니 10월 들어서는 시장 하락세를 주도해왔다.
주가 하락도 한 시장에서 시작해 다른 시장으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각 증시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아직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98년 롱텀캐피털 파산 위기 때와 같은 금융위기가 진행 중인 것 아니냐”고 의구심을 갖고 있다.
주가 하락을 촉발한 직접적인 요인은 서로 다르다. 미국에서는 브라질의 금융 디폴트 가능성에 따른 손실 우려가 JP모건 등 투자은행들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유럽에서는 코메르츠방크, CSFB 등의 유가증권 운용 손실이 탄로 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에서는 투자자들의 동조적인 투매가 은행주 주가 폭락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실물부문의 전반적인 침체가 은행 수익성 악화로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다만 반영되는 경로가 다를 뿐이라고 해석한다.
동원증권 배현기 애널리스트는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 부각되는 국내은행들의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를 이 같은 공통된 흐름의 한국 버전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증시 저평가 메리트 반감〓외국인에 의해 운명이 좌우하는 국내증시 처지에서는 이왕 주가가 빠질 때 화끈하게 빠지는 게 좋다. 외국인이 마음을 바꿔 해외주식 비중을 늘리려고 할 때 값이 싸 보이는 주식을 먼저 선택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유행했던 ‘한국 증시가 가장 먼저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을 받쳐준 게 이런 ‘외국인 한국증시 구원론’이었다.
그러나 최근 은행주 주가 낙폭이 한국보다 미국과 유럽에서 커지면서 이런 상대적 저평가 메리트는 사라지고 있다. 예를 들어 JP모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월초 24배에서 10월9일 15배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7.8배에서 5.4배로 떨어진 국민은행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굿모닝신한증권 박효진 책임연구원은 “은행주는 외국인의 한국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25%가량의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은행주에서 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국내증시 조기반등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최근 폭락은 상승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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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로만 본다면 ‘외환위기’는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종목 10개 가운데 7개 이상 종목의 주가가 오히려 떨어졌고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종목도 5개가 넘었다.
증권거래소는 518개 상장종목을 대상으로 97년1월2일과 이달 9일의 종가를 비교한 결과 401개(77.4%) 종목의 주가가 더 떨어졌다고 10일 밝혔다.
주가 하락폭이 50% 이상인 종목도 270개(52.1%)나 됐다. 종합주가지수는 이 기간 최고치인 1,059.04보다 41.5% 떨어졌고 올 최고점인 937.61에 비해 34.8% 떨어졌다. 10일 주가가 폭락하면서 하락폭은 더 커졌다.
그러나 거래소는 “과거 하락장의 특성으로 볼 때 장세가 곧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즉 이 기간 두 차례의 하락기인 △97년 6월17일에서 98년 6월16일과 △2000년 1월4일에서 2000년 10월 30일의 마지막 날에는 신저가 종목이 속출했으며 최근 같은 조짐이 보인다는 것.
첫 번째 하락기의 마지막 날인 98년 6월16일에는 신저가 종목수가 전체의 44.7%, 두 번째 하락기인 2000년 10월30일에는 19.29%였다. 올 4월18일 이후 주가지수가 떨어지면서 이 달 9일에는 신저가 종목수가 27.91%에 이르렀다.
이 기간 최고가에 비해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종목은 하이닉스반도체(99.43%)였다. 다음은 데이콤(97.7%) 골드상호저축은행(96.4%) 대호(96.3%) 다우기술(96.3%) 등이 뒤를 이었다. 올 최고가 대비 하락률이 높은 종목은 유레스(80.6%) 하이닉스반도체(78.3%) 외환신용카드(75.2%) 극동제혁(74.9%) 광덕물산(73.3%) 등이었다.
업종별로는 의료정밀업종이 55.0%나 빠지면서 최고 하락률을 보인 반면 음식료업종은 77.7%나 급등했다. 최근 고전하는 유통업도 0.47% 올랐다.
종합주가지수 폭락일과 향후 추이 | ||||
일자 | 종합주가지수 | 하락률(%) | 등락률(%) | |
1일 뒤 | 10일 뒤 | |||
2001. 9.12 | 475.60 | -12.02 | 4.97 | -0.58 |
2000. 4.17 | 707.22 | -11.63 | 5.59 | 2.50 |
2000. 9.18 | 577.56 | -8.06 | -1.11 | 2.02 |
1999. 7.23 | 904.96 | -7.34 | -3.54 | 3.68 |
2000. 9.22 | 553.25 | -7.17 | 5.67 | 10.05 |
2002. 6.26 | 701.87 | -7.15 | 1.21 | 8.79 |
2000. 1. 5 | 986.31 | -6.87 | -2.59 | -4.82 |
2000.10.17 | 512.85 | -6.77 | 0.26 | 0.32 |
2000. 5.26 | 656.66 | -6.13 | -0.11 | 27.37 |
2000. 6.15 | 770.95 | -5.90 | -1.54 | 6.22 |
1999. 6. 9 | 803.46 | -5.87 | 6.55 | 10.60 |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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