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문의전화 20∼30통 몰려〓서울 강남구 개포동 우진공인중개사 박명균 대표는 13일 “정부가 11일 고급주택 기준을 확대하자 매일 20∼30통의 매도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고 급매물도 11일 하루에만 3가구나 나왔다”고 전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일부 중개업소에는 급매물이 벌써 10개가량 쌓였다. 인근 에덴공인중개사 김치순 대표는 “매도 시기를 고민하던 사람들이 정부의 강남 집값 억제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서초구 서초동 일대에서도 매수 주문이 끊긴 채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오름세 시세는 꺾여〓지난달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영향과 계절적인 비수기의 영향으로 시세는 이미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0월 들어 1일 대비 8일 현재 서울 강남권 집값은 0.1% 오르는 데 그쳤다.
매주 시세를 조사하는 부동산 프랜차이즈업체 ‘유니에셋’도 4일 대비 11일 현재 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를 묶은 강남권의 매매가 상승률이 0.05% 수준이라고 밝혔다.
인터넷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 114’는 3일 대비 10일 현재 강남구의 집값이 0.08% 떨어졌다고 밝혔다. 강남구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
유니에셋 오석건 전무는 “조사 결과 6억원 이상 아파트를 고급주택으로 보면 현재(1만3201가구)보다 3배 이상 많은 5만5623가구”라며 “이 가운데 적잖은 물량이 강남권에 있으며 급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 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도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말까지 급매물이 늘어나고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며 “강남 집값이 어느 정도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 건설업체, 분양시기 늦춰〓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급랭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대 대림 대우 등 주택건설업계도 아파트 분양시기를 늦추거나 주택공급 규모를 바꾸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건설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상당수의 주택수요자가 대부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을 때 주택청약에 나선다”며 “가격이 떨어지면 분양시장도 침체될 가능성이 커 내년 경영 전략을 내실 위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