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AG 화제]전쟁 상처 씻은 희망의 첫 메달

아프가니스탄에 12일 감격의 첫 메달을 안긴 여자 태권도의 로야 자마니(23·사진)가 화제다.

이슬람 여성이 쓰는 스카프를 머리에 쓰고 출전한 그는 이날 구덕체육관에서 열린 미들급(72㎏) 경기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태권도는 여자 중량급의 경우 워낙 선수층이 얇아 아시아경기임에도 이 체급에 참가한 선수는 불과 5명. 자마니는 예선에서 행운의 부전승으로 4강에 올랐고 준결승에선 최강 최진미(서울체고)에 2분13초만에 기권패(RSC)를 당했지만 태권도는 3,4위전 없이 2명에게 모두 메달을 수여하기 때문에 동메달을 차지하게 된 것.

아프가니스탄은 남자 4명, 여자 3명의 태권도 선수단을 보냈으나 그를 제외하곤 예선 1라운드에서 전패했다.

자마니의 인생 역정도 눈길을 끈다. 지금은 수도 카불에만 수십개의 태권도 도장이 운영되고 있지만 아프가니스탄은 95년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여성 스포츠를 전면 금지시켰다. 아홉살때 태권도에 입문했다는 그는 카불 시내의 비밀도장에서 태권도를 수련해왔다고 전했다. 고교 교사 일을 잠시 접고 본토 태권도를 직접 배우기 위해 한달전 일찌감치 내한해 용인대에서 전지훈련을 한 것도 이색적이다.

전쟁의 포화를 딛고 8년만에 참가한 아프가니스탄의 첫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시상식에서 조국의 국기가 처음 게양되는 모습을 보고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부산〓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