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감사원 産銀감사를 주목한다

  • 입력 2002년 10월 13일 18시 17분


감사원이 대북 뒷거래설과 관련해 현대상선에 4900억원을 긴급 대출해준 산업은행에 대해 오늘부터 감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벌써부터 통과의례식의 감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대북송금설 의혹보다는 대출 적정성 여부에 감사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의 전모를 신속히 파악할 수 있는 계좌추적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그처럼 대충대충 넘길 일이 아님은 감사원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국민은 이번 감사를 통해 대북지원설의 실체적 진실이 속시원하게 규명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산은의 현대상선에 대한 대출은 정상적 대출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모른 채 일시에 대출이 이뤄졌고, 대출 서류에 나타난 김충식 당시 현대상선 사장의 서명도 수상쩍다. 대출 사실은 은행연합회의 여신정보현황(CRT)에도 누락됐다. 대출장부가 조작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대출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모두 국민이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기관이 모두 조사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이런 모습이 드러난다면 국가기관들이 담합해 진실을 감추고 있다는 국민적 의혹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감사원은 민간기업인 현대상선은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대출을 받은 쪽을 조사하지 않고 어떻게 제대로 된 감사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감사원법 50조는 ‘감사대상이 아닌 기관에 대해서도 필요할 경우 자료제출이나 출석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실을 감출수록 문제는 덮어지기보다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은 상식이다. 대출 당시 산은총재였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그 자리에 있는 한 어떤 조사나 감사도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그 결과도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란 점 역시 정부는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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