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종석/주식시장

  • 입력 2002년 10월 13일 18시 17분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당연한 사실 중 하나가 지금 내가 사는 주식은 누군가가 팔려고 내놓은 주식이고, 그 사람은 내가 그 주식 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만큼 그 주식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팔려고 내놓은 주식을 사는 사람은 그 주식 값이 올라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이다. 여기서 양쪽이 동시에 옳을 수는 없기 때문에 한 사람은 분명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의 승패는 누가 더 정확하고 우월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주식시장에서 남보다 우월한 정보를 가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정보를 입수하는 방법인데, 이것은 불법행위다. 다른 하나는 가치 있는 정보를 자기가 직접 연구 생산해내는 방법인데, 이것은 많은 노력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전문 애널리스트들의 영역으로 개인투자자들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추어 일반투자자들이 별다른 전문지식이나 정보 없이 소문과 직감으로만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는 항상 고급 정보를 가진 전문투자가들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경제학에서는 주식시장을 일종의 정보처리 기구로 보고 있다. 어느 한 시점에 형성된 균형주가는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정보를 반영한 가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형성된 균형주가에서는 그 주식의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믿는 사람과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의 수가 같다고 보면 될 것이다. 흔히 쓰는 표현대로 ‘악재는 발표되는 순간 이미 호재’라든가, ‘주가에 이미 소문이 반영되어 있다’는 말들이 바로 그런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주식시장의 정보처리 기능이 완벽하다면 새로운 정보가 시장에 공급되는 순간 그 정보가 주가에 반영될 것이다. 지금부터 1분 뒤에 시장에 호재가 나올지 악재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부터 1분 뒤 주식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경제학에서는 주식가격의 변동을 술에 취한 사람의 다음 발걸음이 왼쪽으로 갈지 오른쪽으로 갈지 모르는 것과 같다고 해서 ‘랜덤 워크(Random Walk)’라고 부른다. 오랜 기간 수많은 천재들이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 황금공식을 찾아 헤맸지만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것을 보면 주식시장 예측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주가가 폭락하니까 주식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많지만, 그것도 그런 차원에서 믿을 것은 못된다.

김종석 객원논설위원 홍익대교수·경제학 jskim@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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