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타고 있던 출근길 승객 30여명이 중경상을 입고 신촌 세브란스병원 등 인근 8개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차량에 결함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고 브레이크 부분을 점검하려고 했다. 그러나 운전석에서 진동하는 ‘술 냄새’를 맡고 운전사 우모씨(54)의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했다. 만취 상태에 가까운 0.135%였다. 술 취한 운전사 때문에 수십 명의 생명이 위태로웠던 순간이었다.
계속되는 단속과 계도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건수는 37만2319건으로 2000년(27만4400건)에 비해 35.7% 증가했다.
인명 피해도 크다.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2만4994건으로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26만579건)의 9.6%이지만 사망자 수는 1004명으로 전체(8097명)의 12.4%나 차지한다. 다른 사고 요인보다 인명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얘기.
▽‘젊고 초보자일수록 음주운전을 많이 한다’〓동양화재가 지난해 자사(自社)에 접수된 14만여건의 교통사고 가운데 음주운전 사고 2144건을 분석한 결과 30세 미만에 의한 사고가 794건으로 37%를 차지했다. 30∼39세는 32%(687건), 40∼49세 22.2%(475건), 60세 이상 1.9%(40건) 등으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음주운전 사고 비율이 낮았다.
운전 경력별로는 10년차 이상이 29%로 가장 많았으나 1년 미만 초보 운전자도 13.2%나 돼 운전면허를 위한 교육과정에서 음주운전에 대한 소양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출근시간대에 늘어난다’〓삼성화재가 지난해 접수한 자동차보험 계약 중 교통사고가 발생한 106만2143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오전 8시부터 낮 12시까지 발생한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403건으로 2000년의 326건에 비해 23.6%나 늘었다.
반면 음주운전 집중단속이 이뤄지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는 2463건으로 2000년도에 비해 오히려 6.9% 감소했다. 오전 출근시간대 음주사고가 증가한 것은 전날 마신 술로 인한 숙취가 미처 해소되기 전에 운전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삼성화재는 분석했다.
▽음주운전 줄일 방안은?〓대다수 전문가들은 젊고 초보일수록 음주운전 사고를 많이 낸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이나 일본, 유럽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는 ‘관찰기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제도는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젊은 층이나 초보 운전자에 대해 일반 운전자보다 엄격한 혈중 알코올농도 기준을 적용하는 것.
실제로 미국은 만 23세 이하 운전자에 대해서는 음주운전 적발 기준인 혈중 알코올농도를 일반 운전자(0.05% 이하)에 비해 엄격한 0.02%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음주운전 단속 장소나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운전자들에게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면 반드시 적발된다’는 인식을 심어줘 음주운전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자는 것.
설재훈(薛載勳) 국무총리실 산하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은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식사 때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며 “단속의 고삐를 늦추면 사고 발생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경찰이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