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이사람]국민銀 인력개발팀 박철대리

  • 입력 2002년 10월 14일 18시 05분


올 8월 말, 김정태 국민은행장에게 사내 e메일이 날아들었다.

“행장님. 개인의 부적절한 소비, 그로 인한 금융부실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긴 이유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금융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은행이 교육에 나선다면 공익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경영에도 도움이 됩니다.”

e메일의 발신인은 인력개발팀 박철 대리(35·사진)였다.

그는 최근 국민은행연구소로 발령이 났다. 김 행장의 지시에 따라 이달 초 태스크포스가 발족됐고 박 대리도 팀원으로 발탁됐다. 이들은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사회초년생들을 대상으로 한 상설 금융교육프로그램을 내년 초까지는 내놓아야 한다.

박 대리가 금융교육의 필요성에 눈뜬 계기는 95년 옛 국은경제연구소 시절 ‘키즈 마케팅’의 연구를 맡으면서부터. 해외 사례를 찾다보니 선진국에서는 ‘금융문맹’을 예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많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녀의 금융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하나둘 생겼다. 하지만 자신들도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 해법을 찾지 못했다.

박 대리는 “앞으로 금융문맹은 글자를 모르는 사람만큼이나 불편하게 될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됐다”며 “금융지식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가 부(富)의 불균형을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해외 사례에서도 가진 자가 못 가진 자보다, 지배집단이 피지배집단에 비해 더 많은 금융지식을 보유하고 있음이 입증됐다는 것.

또 박 대리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들도 본국에선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하고 있다”면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이지만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에도 이롭다”고 주장했다.국내 금융기관들이 리스크(위험)관리를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국민 모두의 소비습관이 엉망이라면 금융거래를 포함한 국민의 개별 경제활동은 ‘부실’할 것이란 지적이다. 교육으로 부실화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박 대리는 “금융이라는 주제가 딱딱한 만큼 일반인이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며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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