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김영호…끝내 못이룬 '금메달 고별사'의 꿈
한국 펜싱의 간판스타 김영호(31·대전도시개발공사)에게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는 고별무대였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의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이번에 마지막 불꽃을 태워보리라 단단히 마음먹었지만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아예 노메달에 그쳤고 같은 종목 단체전에서도 은메달에 머물렀다.
김영호는 대전 집에 머물며 며칠 밤을 통음으로 지새웠다. “술이라면 평소 누구보다도 잘 마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속이 쓰릴 수가 없더라고요….”
당초 김영호는 어린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만큼 홈 팬앞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는 주위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걸린 한국의 첫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다. 그래도 좀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지만 이미 모두 끝나버린 일.
김영호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잡은 검을 19년만에 내려놓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소속팀 플레잉 코치로 뛰어 온 김영호는 앞으로 지도자로 변신해 대표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럭비대표팀…노장투혼 30대들 "후배를 위해"
럭비대표팀은 ‘경로당’으로 불린다. 26명 대표선수 가운데 30줄에 들어선 노장이 절반 가까운 11명이나 된다.
고참들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럭비 7인제에 이어 15인제에서도 우승한 한국 선수들이 환호성을 터뜨리고 있다. - 울산 = 특별취재반
이들은 대회 개막 한달 전부터 강원도 태백에서 지옥훈련을 견뎌냈다.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4차례 산악구보와 서키트로 체력을 키웠고 코칭스태프의 체벌도 묵묵히 참아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지만 고참들은 묵묵히 견뎌내며 누구 하나 대열을 이탈하지 않았고 후배들을 격려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금빛 찬란한 우승을 엮어낸 ‘역전의 용사’들은 세대교체를 위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일제히 대표팀을 떠난다. 운동복을 벗어도 마땅히 할 일을 찾기 힘든 상황이지만 국가를 위해 뭔가 해냈다는 보람을 간직한채….
부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또 누가 떠나나…결혼위해-지도자로 "태극마크여 안녕"
‘명암이 교차하는 스타들의 퇴장’.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의 스타들중에는 결혼 등으로 화려한 은퇴를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상으로 할수없이 경기장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여자 사이클에서 2관왕에 오른 김용미(26)는 은퇴와 함께 다음달 30일 대전에서 같은 사이클 대표로 이번 대회에 동반 출전한 전대홍(25)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김용미는 지도자로 나설 계획이며 전대홍은 경륜계로 진출해 제2의 은륜 인생을 걷는다.
여자하키의 간판스타 이은영(28)도 10년간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떼고 내년 초 같은 하키 대표인 동갑내기 김윤(28)과 화촉을 밝힌다.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29)은 12월22일 결혼을 앞두고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며 돈주고도 못살 멋진 선물을 장만했다. 부상과 슬럼프에 시달렸던 이진택도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반면 안타까운 퇴장도 있다. 여자 창던지기 2연패를 이룬 이영선은 고질적인 발목부상과 근육통으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낸 대학 졸업반 장윤경은 싱크로 실업팀이 단 한 개도 없어 이번 대회를 끝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부산〓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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