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토너의 전성기는 보통 풀코스를 5∼10번 도전할 때. 황영조가 바로셀로나올림픽에서 우승했을 때가 풀코스 도전 4번째 만이었다. 보통 세계적인 마라토너는 풀코스 출전 15회가 넘으면 쇠퇴기에 접어든다.
이런 면에서 풀코스를 28번이나 완주한 ‘봉달이’ 이봉주는 불가사의한 존재다. 더구나 지난해 에드먼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한 차례를 빼고는 한 번도 중간에 기권한 적이 없다.
그만큼 끈기와 인내력이 강하다는 얘기다. 난코스로 유명한 보스턴마라톤이나 98년 무더운 방콕아시아경기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다.
남자 마라톤 경기가 열린 14일 오후 3시 부산일대 기온은 섭씨 23도. 마라톤 최적 온도가 10도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땡볕 아래서 달린 셈이다. 더구나 20㎞ 지점까진 초속 1.4m의 맞바람까지 불었고 코스도 체력이 쇠진되는 후반에 오르막이 많다. 이 같은 악조건이 역설적으로 이봉주에겐 우승의 원동력.
이봉주는 20㎞ 지점까지 선두에서 당겼다 늦췄다 하면서 다른 선수들 힘을 뺐다. 이후 다른 선수들이 지친 기색을 보이자 손쉽게 달아났다. 싱거운 싸움이었다.
2004년 아테네 마라톤도 한낮 땡볕 속에서 벌어진다. 코스도 바닷바람이 많고 오르막이 많은 부산과 비슷하다.
‘봉달이’ 이봉주가 “아테네올림픽에서도 우승하겠다”고 자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김화성기자 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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