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산업기획단(이사장 도후스님)은 17∼28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아름다움과 깨달음-한국 근현대 미술에 나타난 불교사상’전을 연다. 이 전시에는 20세기 이후 근 현대 작가들에 의해 제작된 불교 미술품과 불교를 주제로 작업 중인 원로와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함께 출품된다.
근 현대 불교 미술품으로 기획전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획자인 윤범모 경원대 교수는 “우리 전통 미술의 핵심이 불교였지만 근 현대 작품으로 꾸며진 전시회는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서는 채용신, 고희동, 정종여, 김복진, 오지호, 권진규, 박생광, 장욱진 등 작고 작가 14명의 주옥같은 불교 미술품을 볼 수 있다. 또 강경구, 김선두, 박대성, 이왈종등 생존 작가 27명도 작품을 낸다. 전시작은 회화, 사진, 조각 등 72점.
전시작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한국 최초의 근대 조각가 정관(井觀) 김복진(金復鎭·1901∼1940)의 ‘정혜사 관음 보살좌상’(1939년작). 높이 105㎝ (불신 76㎝ 좌대 29㎝)의 이 불상은 유려한 몸매와 원만한 상호(相好)를 갖고 있다. 낮게 앞으로 내민 왼손에 정병(淨甁)이 부착된 연꽃줄기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정관은 1925년 도쿄 미술학교 조각과를 졸업한 한국 근대 조소예술의 선구자로 미술평론가 문예운동가 언론인등으로 활동하다 39세에 요절했다. 문학평론가 팔봉 김기진이 그의 동생.
전시를 위해 올 초부터 전국 사찰의 불상과 불화를 점검하던 연구팀은 최근 충남 예산 정혜사의 관음보살좌상이 김복진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밝혀 냈다. 윤교수는 수덕사 덕숭총림 방장인 원담(76)스님 증언을 통해 이같이 밝혀 냈다고 말했다.
또 월북작가인 정종여의 ‘의곡사 여래좌상’(1938년)도 공개된다. 경남 진주 의곡사에 봉안된 괘불인 여래좌상은 6.5m 높이에 달하는 대작으로 붉은 가사를 입고 연꽃좌대에 앉은 석가모니 불상을 비단위에 채색한 작품. 괘불이란 크게 그려 걸게 된 불상을 뜻한다.
이 두 작품은 17일 개막일 하루만 전시된다. 사찰에 봉안돼있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한편 오지호의 ‘아미타후불탱화’(1954년·광주 원효사), 한국 최초 서양화가인 고희동이 그린 ‘인봉선사 초상’, 조각가 권진규가 남긴 테라코타 ‘춘엽 비구니’등도 수작이다.
이와 함께 장욱진의 회화 ‘진진묘’, 전혁림의 추상화 ‘사원’도 볼만하다. 서울전 이후에는 경주(11월 2∼17일), 속초(11월 22일∼12월 1일), 여수(12월 초)에서도 순회전이 열린다. 02-720-1020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