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우리는 두 의원의 천연덕스러운 낯빛 바꾸기에 놀랐고 그들이 국민의 대표라는 데 비애를 느낀다. 우리는 그들이 ‘지난 여름’에 무엇을 했는지 잘 안다. 특히 한때는 민주당의 ‘입’으로서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후보를 향해 거침없이 험구와 독설을 쏟아내던 전 의원의 변신은 정말 경이로울 지경이다.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주소’를 여러 차례 옮긴 그의 다채로운 편력은 새삼 입에 올리기도 거북하다.
한나라당도 그렇다. 현 정권 초기 여권의 의원 영입이나 재작년 말 자민련 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를 당신들이 어떻게 성토하고 규탄했는지를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서청원 대표가 불과 며칠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인위적 정계개편 포기’를 공언한 것도 아직 귀에 쟁쟁하다.
아무리 변화무쌍한 정치라도 형편이 달라졌다고 해서 과거 자신이 한 말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그런 식으로 해서 집권해봤자 얼마나 불안하고 위태한 정권이 되는지를 우리는 지금 또렷이 보고 있지 않은가. 세를 불린들 국민의 신뢰가 따르지 않으면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음을 한나라당이 되새겼으면 한다.
민주당이나 자민련이 이를 빌미로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하는 것도 소극(笑劇)에 지나지 않는다. ‘동종의 전과’가 있는 양당은 조용히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는 게 마땅하다. 아울러 우리는 정몽준 후보의 세 규합도 같은 기준으로 지켜볼 것임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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