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수영유치원. 교실 한쪽에 설치된 ‘실습교육용 부엌’에서 원생들이 주방장 모자를 쓰고 음식을 만드는 역할극 놀이를 하느라 무척 신이 난 표정이었다.》
아이들은 싱크대에서 담임 교사와 함께 미리 준비한 당근, 감자, 양파 등 음식 재료를 다듬어 썰은 뒤 냄비에 넣고 가스레인지 위에서 조심스럽게 요리를 시작했다.
6세인 호상이는 노란색 주방용 장갑을 끼고 친구들 앞에서 ‘능숙한’ 자세로 뜨거운 냄비를 다루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카레라이스가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군침이 당기는 듯 입맛을 다시며 ‘주장방’ 곁으로 모여들기도 했다.
나비반 담임교사 이신우씨(27)는 “음식점에서 음식이 손님에게 제공되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며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마주치는 모든 상황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아교육의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 그동안의 유아교육은 아이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 단계에 따라 문제해결 방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공부 욕심이 지나친 나머지 너무 어린 아이에게 글자나 숫자를 가르치려고 하는 등 조기교육에 조바심을 내는 부모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상 생활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중요시한다. 주변에서 흔히 마주치는 사물이나 상황을 이용해서도 얼마든지 아이들의 사고력과 감수성을 기를 수 있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학습법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교육기관이 아니더라도 부모가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얼마든지 주변에서 자녀교육에 알맞은 주제를 찾아낼 수 있어 경제적인 측면서도 장점이 있다.
엄마와 함께 식사 준비를 해보는 것도 훌륭한 생활교육이 될 수 있다. 시장에서 장을 보면서 경제에 대한 개념을 배우고 음식 재료를 손질하면서 색깔과 미적인 감각을 익힌다. 최근에는 요리를 통해 아이들의 지적 발달을 꾀하는 전문 교육 기관도 등장했다.
요리전문 교육기관인 ‘라퀴진’의 박성주 기획실장은 “3, 4세 어린이는 안전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시기이기 때문에 과일 화채 등 불을 사용하지 않고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간식을 엄마와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외식을 위해 음식점에 갈 때에도 주문을 하는 법과 공공 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 등에 대해 설명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활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애완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동식물을 활용한 교육법도 관심을 끌고 있다.실제로 애완동물은 정서적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심리 및 의료분야에서도 적극 활용되는 소재 가운데 하나다.
특히 도시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자연이나 동물과 만나는 기회가 별로 없다. 동물과의 만남은 생명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다.
그러나 아이가 동물을 단순한 ‘장난감’ 정도로 여기지 않고 항상 보살펴야 하는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임을 깨닫도록 부모가 자연스럽게 가르쳐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명존중 교육인 셈이다.
요즘에는 놀이방이나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 각종 동물을 직접 데리고 방문해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먹이를 주며 동물과 친숙해지도록 하는 ‘이동동물원’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원숭이, 토끼, 사슴 등 비교적 순한 동물들을 트럭에 싣고 다니면서 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이 동물을 만져보거나 먹이를 주게 하는 등 동물을 체험하도록 한다.
아이들이 항상 접하는 그림책 역시 일상 속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교재 가운데 하나다. 그림책 속에는 다양한 상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하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혼자 이를 닦고 세수하는 아이가 나오는 그림책을 함께 본 뒤 아이에게 따라서 해보도록 유도하거나 동물이 나오는 그림책을 본 뒤 동물원을 관람하도록 하는 등 책을 아이의 일상과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그러면 엄마와 아이의 정서적인 유대감을 높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아교육 전문 인터넷 업체인 씨앗키즈(www.siatkids.com)의 이순민 부사장은 “아이들의 창의성은 평소 대하는 일들을 생각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태도가 쌓여 이뤄진다”며 “자녀가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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