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으로 종목을 검색하다보면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발견한다. 예컨대 SK텔레콤이 중형주로 분류된다는 사실.
SK텔레콤이 어떤 회사인가. 시가총액 2위, 액면가를 500원으로 분할하고도 주가가 액면가 5000원짜리 삼성전자와 비슷한 종목이다. 시가총액이 무려 21조원인 이 ‘초대형 주식’을 충남방적 경기화학 해태유통과 함께 중형주로 분류한 까닭이 뭘까.
▽이상한 분류법〓이뿐이 아니다. 시가총액 19위, 이마트를 앞세워 한국 할인점 시장을 석권한 신세계도 증권거래소의 분류로는 엄연한 중형주다.
주가가 64만원에 시가총액 45위인 롯데칠성과 주가 49만원에 시가총액 48위인 롯데제과는 중형주도 아니고 아예 소형주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증권거래소가 주식을 대중소로 나눌 때 시가총액이 아니라 자본금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가총액이 커도 자본금 350억원 미만은 소형주, 350억∼750억원은 중형주, 750억원 이상은 대형주로 분류한다.
곧 거래소로 옮길 코스닥 시가총액 8위의 엔씨소프트도 자본금이 21억원밖에 안 돼 소형주 취급을 받아야 한다.
▽지수 왜곡, 분석이 어렵다〓“거래소가 발표하는 각종 지수 가운데 가장 쓸모없는 게 중형주와 소형주 지수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가의 말이다.
중형주에 SK텔레콤과 신세계가, 소형주에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이 끼어 있으니 이 지수가 제대로 의미를 가질 수 없다.
실제 최근 중형주 지수 등락은 거의 SK텔레콤 주가와 일치한다. SK텔레콤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소형주 지수도 마찬가지. 시가총액 50위 안에 드는 두 종목이 끼었으니 지수가 진짜 소형주 움직임을 반영할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대·중·소형주 분류를 당연히 시가총액 기준으로 하고 있다.
거래소의 설명은 이렇다. 시가총액은 주가에 따라 자꾸 변한다. 따라서 대·중·소형주 분류도 시가총액에 따라 자주 바뀌어야 하는데 너무 번거롭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은 “귀찮더라도 제대로 분류해야지 지금처럼 엉터리로 나눠놓고 지수라고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한다.
신영증권 장득수 리서치센터장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분류해야 투자자들에게 의미 있는 지수가 나온다”며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시가총액 기준으로 편입 종목을 새로 정하면 그다지 번거롭지도 않고 제대로 된 지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대·중·소형주 분류(단위:억원) | ||||
종목 | 분류 | 자본금 | 시가총액 | 시가총액 순위 |
SK텔레콤 | 중형주 | 445 | 210,846 | 2위 |
신세계 | 중형주 | 743 | 25,262 | 19위 |
태평양 | 중형주 | 425 | 9,775 | 37위 |
롯데칠성 | 소형주 | 61 | 7,979 | 45위 |
롯데제과 | 소형주 | 71 | 6,993 | 48위 |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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