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는 도호쿠(東北)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화학분야 연구원이다. 그런데 그가 화학분야에 관심을 가진 것은 고 2, 3학년 때와 입사해서 연구한 것이 전부라고 하니 일본의 탄탄한 과학교육 수준을 짐작케 한다.
한국은 아직 물리 화학 의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한 반면 일본은 벌써 12명째 수상자를 내고 있다. 서구 학자들이 휩쓸던 노벨상 과학분야에서 일본이 약진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세계 유수 선진국들은 과학기술 인력 양성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끊임없는 투자를 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공계 인재 이탈 현상 등 과학기술 인력 수급 문제가 우려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경쟁력 기반을 치명적으로 약화시킬 이 같은 현상은 정부 당국의 안이하고 무책임한 과학·교육정책과 ‘편하고 쉽게 돈 많이 벌기’의 개인적 풍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자를 우대하던 사회 분위기는 개발경제 시대의 추억거리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한양대에 의뢰한 ‘청소년 어떤 직업 원하나’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과학기술인 선호 청소년’은 0.4%에 불과했다. 절반이 훨씬 넘는 청소년이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 전문직(39.6%)과 연예인(24.5%)에 몰렸다. 모두 ‘돈 잘 버는 직업’이다. 국가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1997년 기준) 역시 우리나라는 미국의 17분의 1, 일본의 10분의 1 수준이다.
외환위기를 당하자 정부와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한다며 연구개발 인력을 1순위로 퇴출시키고 연구비를 줄이는 등 과학기술자들을 알게 모르게 홀대해 왔다. 국내에서 일자리를 잃은 우수 두뇌들은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었고, 과학기술 분야 연구원들의 의욕은 크게 떨어졌다. 민간 기업체는 물론 정부의 주요 공직에서조차 이공계 출신은 인문계 출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공계에 대한 사회경제적 푸대접과 홀대가 결국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초래한 셈이다. 이런 환경에서 노벨상을 바란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정부와 관계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과학 100년 대계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과학자 연금제도 도입, 과학자 명예의 전당 신설, 과학기술대상의 획기적 개선, 그리고 정부 주요 공직에 이공계 출신 우선 할당제 등을 도입하고 정부와 학계, 재계가 한마음으로 뭉쳐 과학기술 개발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은 과학기술자들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연구개발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컴퓨터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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