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통합 21’은 어제 발기인대회를 갖고 ‘낡은 정치에 대한 엄중한 도전’을 선언했다. 정치개혁으로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기인 명단을 보면 전직 의원과 민주당에서 탈당한 원외위원장에 일부 전직 관료 및 문화체육계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 개개인을 폄훼(貶毁)할 뜻은 추호도 없으나 과연 이들이 새로운 정치와 국민통합의 주도세력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 의원측은 또 뜻 맞는 현역 의원은 누구라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뜻 맞는’이라는 조건을 달았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세만 불릴 수 있다면 앞으로 ‘누구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역시 “우리와 뜻을 같이한다면 과거지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해 ‘과거 불문 영입’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근 강원 및 충남 지역의 무소속 민주당 자민련 의원을 영입한 데 이어 세 불리기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의 ‘비노(非盧)-반노(反盧)’ 의원들은 이번 주말이나 내주 초 집단 탈당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자기당 의원을 빼내갔다며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했다. 뒤에서는 집단 탈당을 논의하고 앞에서는 변절정치를 비난하며 국회를 볼모로 잡는 이 우스꽝스러운 모순은 원칙 없는 이합집산 정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
이합집산의 결과가 어떻든 이런 식의 ‘잡화상 정치’는 국민통합,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눈앞의 대선 승리만을 위한 정치권의 원칙 없는 ‘헤쳐모여’는 국민의 정치혐오를 가중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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