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정부 "강제윤락 손배소"

  • 입력 2002년 10월 16일 18시 49분


필리핀 정부가 한국에서 윤락을 강요당한 자국 여성 11명을 대신해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외국 정부가 국내 미군 기지촌의 자국 여성의 인권침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로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 필리핀대사관은 16일 “동두천 기지촌 주변 미군 클럽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한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신해 업주를 상대로 착취, 윤락강요, 감금 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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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필리핀대사관 레이델루스 콘페리도 노무관은 “학대당한 여성들이 겪은 고통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이 소송은 개인간의 소송이고 한국 정부를 상대로 별도의 소송을 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건 변호를 맡은 이상희(李相姬) 변호사는 “취업을 위해 입국한 외국여성 상당수가 기지촌 등지로 팔려가 인권사각지대에서 성매매를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에 경종을 울려주고 싶다”며 “소송가액은 1인당 200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에 따르면 3월초 예술흥행(E-6) 비자로 입국한 뒤 경기 동두천 C클럽에 취업한 필리핀 여성들은 여권을 빼앗긴 채 감금당한 상태에서 윤락을 강요받았으며 업주의 폭행에 시달리면서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한편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결성된 국제이주기구(IOM) 한국사무소는 조만간 여성부와 합동으로 기지촌 주변 등 한국내 외국 여성의 성 착취 실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한국은 2000년 6월 군산 윤락가 화재사건이 국내외에 알려지면서 미 국무부로부터 ‘3등급 인신매매 단속국’으로 평가받았다가 6월 1등급으로 복귀한 바 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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