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정 결과 "김대업 테이프 인위적 편집"

  • 입력 2002년 10월 16일 23시 1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아들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16일 김대업(金大業)씨가 의혹을 입증할 물증이라며 제출한 녹음 테이프가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은 ‘김씨의 테이프 편집 및 조작 의혹 사건’으로 성격이 바뀔 전망이며 병역비리 의혹 사건 자체가 이 후보를 음해하기 위한 조작극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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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씨가 테이프를 편집 및 조작했는지와 정치권 등 특정 세력이 테이프 편집 및 조작에 개입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 김씨가 형사처벌될 수도 있다.

검찰은 또 테이프의 녹음 상태가 불량해 김씨가 제출한 테이프에 녹음된 목소리가 김씨의 주장처럼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의 목소리와 동일한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대검 과학수사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울대 음성음향정보연구실이 테이프에 대한 성문(聲紋) 분석을 한 결과를 종합, 발표하면서 이처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가 8월30일 두 번째로 제출한 테이프에서는 △말이 부자연스럽게 끊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녹음 중 녹음기를 켰다 끄는 등 녹음기를 작동했다고 볼 수 있는 신호가 잡히며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녹음기로 녹음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음의 변화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검 과학수사과와 국과수는 각각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8월12일 처음 제출한 테이프도 두 번째 제출한 테이프와 마찬가지로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첫 테이프는 잡음이 많아서 편집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8월23일 ‘테이프가 의도적으로 편집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성문 분석결과를 내놨었지만 이번에 두 번째 테이프를 분석한 결과 두 번째 테이프와 첫 테이프에 같은 내용이 녹음된 것으로 판단돼 첫 테이프도 편집됐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대검 과학수사과와 국과수, 서울대 음성음향정보연구실 모두 △테이프의 녹음 상태가 불량하고 △테이프의 녹음 내용과 수사팀이 김도술씨와 전화로 대화하며 녹음한 내용 가운데 일치하는 단어가 적어 테이프의 목소리가 김도술씨의 목소리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가 제기했던 병역면제 의혹 주장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테이프 편집 및 조작 의혹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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