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 작심한 듯 18개 종목 311명의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했다. 내심 금메달 13∼14개로 종합 4위 복귀를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금메달 9개(은 11,동 13)로 9위. 아시아경기 출전 사상 최악의 성적(98년 방콕대회때 8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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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방콕대회에 이어 2연패를 자신하던 ‘유도영웅’ 계순희의 좌절은 북한 선수단에 날아든 첫 번째 비보. 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과 2001년 뮌헨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금메달을 장담했던 계순희는 8강전에서 중국의 복병 시안동메이에게 어이없는 판정패를 당했다. 대회 3개월전 어깨가 빠져 연습을 제대로 못한 탓도 컸지만 중국 선수들에 대한 정보부족도 패인의 하나였다.
북한이 메달밭으로 자신했던 사격과 금메달 1∼2개를 예상한 레슬링에서의 부진도 초반순조로운 메달레이스를 펼쳐가던 북한 선수단에는 충격이었다.
금메달 5∼6개를 예상했던 사격은 트랩 여자단체와 25m센터파이어권총(김종수)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명중시키는데 그쳤고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강영균(55kg급)과 김윤모(66kg급)는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에 그쳤다. 이 또한 정보 부재와 국제대회 경험부족이 빚은 결과다.
그러나 성과도 작지 않았다. 부산대회에서 기대이상의 많은 관중을 동원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여자축구가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우승하며 북한 스포츠의 자존심을 한껏 세웠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북한에 유일한 은메달을 안겼던 여자역도 58kg급의 이성희는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북한 여자 탁구의 단체전 우승도 이변으로 꼽힐 만한 일대 ‘사건’. 유도 여자 57kg급의 홍옥성(22)은 금메달로 화려한 국제무대 신고식을 치렀다. 또 폐막 전날 열린 여자 마라톤에서 함봉실의 우승은 북한 스포츠의 저력을 아시아에 과시함은 물론 선수단의 귀국 발걸음까지 한결 가볍게 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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