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시인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7일, 종합주가지수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640선을 뚫으며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지난주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터진 폭탄테러 사건에도 한국 증시는 둔감했다. 이번주 들어 나흘 연속 주가가 오르는 굳건한 모습.
모두가 악재라고 생각하는 일이 잇따라 터졌는데도 증시가 오름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5∼9월 주가 하락의 뒤늦은 보상〓올 여름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이 괜찮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떨어졌다. 이달초에는 급기야 600선마저 무너졌다.
기업실적이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도 투자심리가 무너진 데에는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이라크전쟁 경고와 9·11테러 1주년을 맞은 추가 테러위협 소식이 이어지면서 ‘불확실한 국제정세 탓에 어차피 2003년 초까지는 주가 상승이 어렵다’는 심리가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됐다.
최근 발리 테러가 증시에 별 영향을 못 미친 것도 바로 이 때문. 600대 초반의 주가는 이미 이 정도 테러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가정하고 형성된 주가 수준이라는 것.
북한 핵무기 개발 문제도 마찬가지. ‘분단국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위험이 커 주가를 깎아야 한다’는 이른바 ‘컨트리 리스크’가 오래 전부터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
1994년 김일성 사망, 1999년 연평도 서해교전 등 과거 남북관계 악재들이 단기 주가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
▽초점은 정치가 아닌 경제〓큼지막한 두 정치적 사건이 증시에서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마무리됐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사건에 대한 증시의 내성이 확인됐다”면서 “앞으로 증시의 관건은 경제 문제로 좁혀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매를 미리 맞아놓은 덕에 어지간한 국제정세 불안쯤은 견뎌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최근의 증시 오름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이번주 들어 나흘째 계속된 주가 오름세는 그동안 워낙 주가가 많이 떨어진데 대한 반발 정도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초점이 정치가 아니라 경제라 해도, 미국경제의 회복 전망 등 거시경제 전망이 아직 그다지 밝지 않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주형 과장은 “거시경제 회복을 눈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주가 수준이 기업실적에 비해 워낙 낮은 만큼 개별 기업의 실적 회복만이라도 어느 정도 확인이 되면 증시가 본격적인 오름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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