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오락가락 행정… 경기도 신뢰 잃었다

  • 입력 2002년 10월 17일 18시 36분


“4개 신도시요? 처음 듣는 말입니다.”

최근 경기도청 공무원들은 도정 현안과 관련해 질문을 받으면 우물쭈물하면서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손학규(孫鶴圭) 지사 체제 출범 후 내놓은 지사의 공약이나 도의 발표는 많지만 정작 내용이 없거나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불쑥 내놓은 것이 많기 때문이다.

손 지사의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인 ‘영어마을 조성’은 실현 가능성 없이 말만 앞세운 공약(空約)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영어마을 조성은 특정지역에 주택 상가 관공서 등을 만들고 영어권 현지인(원어민)들을 입주시켜 영어만 쓰는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 해외 어학연수 비용을 들이지 않고 도민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등을 조성 이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경기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구상안을 보면 이미 사기업이나 영어학원들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들을 흉내내는 수준”이라며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지 말로 공교육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 지사는 또 성남시의 판교신도시에 들어설 ‘벤처단지’를 개념이 모호한 ‘벤처업무단지’로 전환해 대기업 본사 등을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판교 이전을 희망해 왔던 벤처업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무 중심 단지’로 전환해도 서울과 가까운 데다 인프라 구축에 많은 시간이 걸려 대기업이 본사를 쉽게 이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청계산 주변에 4개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가 보름 만에 ‘경기도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번복한 것도 도정의 난맥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는 9월 초 청계산 주변에 판교신도시와 연계한 4개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지만 실무 부서에서 검토조차 하지 않은 한현규(韓鉉珪) 정무부지사의 개인 구상에 불과했던 것.

그러나 이 발표 이후 청계산 주변의 의왕 과천 성남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땅 투기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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