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검찰과 법원의 병인(病因)을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찾으려 한 점 때문에 이들의 외침은 법조계 안팎에서 공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은 지연 학연 직연으로 얽히고설킨 연고주의와 숨이 막힐 듯한 관료주의를 ‘내부의 적’으로 지목하고 있다.
신 변호사는 “대법원장으로부터 새내기판사까지 일천수백명 판사의 서열이 일련번호로 매겨져 있고, 판사들끼리 등산을 해도 자연스럽게 그 순서에 따라 행렬이 형성되는 풍토에서 판사 개개인의 소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또 “연고에 따른 ‘끼리끼리 문화’가 바로 정실재판과 전관예우의 뿌리다”고 단언한다. 승진 및 보직에 대한 압박감과 연고의 압력이 판사들의 정의감과 부패에 대한 저항력을 무디게 한다는 얘기다.
강 검사가 “인사에서 능력보다 연줄이 우선시되다 보니 정치사건에서 상궤를 벗어난 수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의미다. 검찰과 법원의 자정(自淨)과 자존(自尊) 없이 중립성이나 독립성 확보는 요원하며, 그러한 논의 또한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게 두 사람의 공통된 결론인 것이다. 강 검사는 젊은 검사들에게 독립투사 같은 용기를 촉구하기도 했다.
검찰과 법원은 이제 안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 신 변호사의 주장대로 ‘부정한 자신으로부터의 독립’이 진정 거듭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외압과 부패를 용인하고 끌어들이는 내부의 적을 스스로 도려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그래야 정치권력의 음험한 손길에서 벗어나 두 발로 설 수 있을 것이다. 정권변동기인 지금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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