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을 세 가지 액체로 축복했다 한다. 인간을 탄생시키는 정액, 사람을 길러주는 젖, 그리고 술이다. 술은 특히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야누스로 나타난다.
승자에게는 축배주가 되지만 패자에게는 격려주가 된다. 결혼식장에서는 축하주가 되고 장례식장에서는 위로주가 된다. 어느 조직이나 최고 경영자가 취임하면 으레 따르는 첫 번째 비공식 행사가 저녁 술자리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술자리만큼 사람의 됨됨이, 즉 인성을 파악하는 데 좋은 자리도 없다.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데 시간이 흘러가면서 점차 술이 술을 마신다. 무르익은 분위기로 제어장치가 풀어지면 술이 사람을 마시게 되는 단계까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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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술을 마시거나 술이 술을 마시는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경우까지 가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때쯤 가면 사람의 본색이 드러난다. 술자리 버릇을 보면 사람 됨됨이도 파악된다. 조직생활에는 술을 마셔도 흐트러지지 않는 자기 관리 능력이 절대 필요하다.
남의 윗사람이 되면 아랫사람들에게 본받을 술자리 모범을 보여주어야 한다. 좋은 분위기 조성으로 마음의 벽을 헐어주고, 자기 생각과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래야 조직에 힘이 붙는다.
필자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연상의 선배 어른들에게 술 마시는 법을 배웠다. 직장생활에서 술은 필요악이다. 술을 핑계로 실수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예로부터 술을 적절하게 마시면 약 중에서 으뜸(百藥之長)으로 쳐 왔다. 그때 술은 약주(藥酒)가 되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해주(害酒)가 되고, 한발 더 나가면 독주(毒酒)가 되고 만다.
전 경기지방공사 사장 hychang@kl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