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병풍 수사' 결론놓고 갈등

  • 입력 2002년 10월 21일 16시 52분


검찰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 후보의 장남 정연(正淵)씨의 병역면제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내부적으로 의혹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 및 김대업(金大業)씨 형사처벌 여부 등 수사 결론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대검과 서울지검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특수1부 일선 수사팀은 '김씨가 신빙성이 없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형사처벌을 통해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지휘부에 김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 후보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하고 거꾸로 이 후보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김씨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특히 김씨가 의도를 가지고 신빙성이 없는 의혹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빚어진 사회적 혼란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이다.

그러나 수사팀을 지휘하는 중간 간부 등 검찰 일부 간부는 '김씨가 의혹을 입증할 증거라며 제출한 녹음 테이프와 관련, 전 국군수도병원 부사관 김도술씨를 직접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김씨가 제기한 의혹이 신빙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업씨는 테이프에 김도술씨가 병역면제 과정에 개입했다고 시인한 진술이 녹음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따라서 해외에 체류하면서 귀국을 거부하고 있는 김도술씨에 대해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리고 한나라당과 김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의 유무 및 김대업씨 형사처벌 문제에 대한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선 수사팀은 '테이프의 성문(聲紋) 분석결과 등에 비춰 김도술씨는 더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참고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과학수사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테이프의 음성이 김도술씨의 목소리인지는 판단을 유보한데다 테이프가 인위적으로 편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밝혔기 때문에 김도술씨가 이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특히 수사 결과 김대업씨가 제기한 병역면제 은폐 대책회의 및 정연씨 병적기록표 조작 의혹이 모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점에 비춰 테이프에 담긴 목소리가 김도술씨의 것이라는 김대업씨의 주장 역시 믿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수사 결론의 방향을 둘러싸고 검찰 내부가 심각한 내홍(內訌)을 겪음에 따라 당초 23일경으로 예정됐던 수사 결과 발표 시점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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