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현대 거포 심정수(27)와 LG 투수 장문석(28)은 더그아웃을 마주보고 싸워야할 처지지만 속마음은 동병상련의 입장. 둘 다 품안에 거의 들어온 개인상을 마지막 순간에 허탈하게 날려버렸다.
20일 수원에서 훈련을 마친 뒤 심정수는 동료들의 위로를 받았다. 이날 열린 정규리그 마지막 날 삼성-기아전에서 홈런왕을 다투던 삼성의 이승엽이 47호 홈런을 날려 심정수를 1개차로 제쳤기 때문. 훈련 도중 짬짬이 이 경기를 TV로 지켜본 심정수는 홈런왕 공동 수상을 낙관했던 게 사실. 8회초까지 삼성이 5-2로 앞섰고 이승엽은 이때까지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편안하게 훈련을 끝내고 숙소로 이동하는 사이 모든 게 달라졌다. 이승엽이 연장 13회 기어이 홈런을 치고 만 것. “홈런왕은 해본 사람이 하는가 봐요. 아쉽지만 어떡하겠어요. 운이 따르지 않았던 거죠.”
심정수는 홈런(46개) 타점(119개) 장타율(0.643) 득점(101개)에서 모두 이승엽이 이어 2위에 머물며 무관에 그쳤다.
아쉬움이 클 텐 데도 심정수는 의외로 담담하다. 지난 일은 모두 잊어버리고 팀의 우승을 위해 아낌없이 몸을 던지겠다는 것.
심정수는 두산 시절이던 2000년 플레이오프에서 LG와 만나 3경기 연속 홈런을 날렸던 괴력을 다시 한 번 떨치겠다는 각오. 심정수는 “홈런왕 보다는 우승 반지를 더 갖고 싶다”며 “마지막에 웃겠다”고 다짐했다.
부상을 털고 올 시즌 재기에 성공한 장문석은 아깝게 승률왕을 놓친 케이스. 팀 내에서 유일하게 10승을 채우며 19일까지 10승3패, 승률 0.769로 이 부문 1위를 굳게 지켰으나 역시 20일 삼성 김현욱이 난데없이 기아전 연장 10회 등판하면서 꿈이 깨졌다. 9승무패였던 김현욱이 10승째를 채우는 바람에 승률 1위를 거머쥔 것. 97년 프로 데뷔 후 첫 개인상을 노렸던 장문석은 땅을 쳤다.
중간계투로 변신해 예상 밖의 호투를 펼쳤던 장문석도 포스트시즌에서 쓰라린 속을 달래 볼 작정이다. 2000년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차례나 역전 홈런을 내주며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아픈 기억도 털어 버리고 싶다.
장문석은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포스트시즌에서 좀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