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어카운트(wrap account)’란 증권사가 고객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고객의 투자성향을 분석한 뒤 주식 채권 등 어떤 금융상품에 투자할지를 조언하는 것. 고객은 다양한 투자상품을 안내받고 증권사는 브로커 업무에 의존하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관련 제도의 미비와 수수료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감 등으로 시장에서 고사(枯死)당할 위기에 놓였다.
▽삼성증권만의 독주〓지난해 2월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된 랩 어카운트는 증권사들의 자산 확보 경쟁으로 3개월 만에 약 3조원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이후 시장에서 외면당하면서 올 6월 말 현재 계약자산은 도입 직후보다 더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이 민주당 조재환 의원에게 제출한 현황에 따르면 2001년 3월 말 현재 15개 증권사의 총 계약자산은 2조2700억원. 연말에는 약 2조5761억원이었지만 점차 감소해 올 6월 말엔 2조2691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일부 증권사로 몰린 것도 특징. 지난해 3월 말 계약자산으로 본 증권사별 점유율은 삼성 8278억원(36.5%) 현대 6174억원(27.2%) LG투자 4687억원(20.6%) 대우 2361억원(10.4%) 등으로 비교적 고른 상태였다.
하지만 올 6월 말엔 삼성이 전체 시장의 71.8%(1조6289억원)를 차지하면서 독주했고 △현대 3417억원(15.1%) △대우 2026억원(8.9%) △LG투자 539억원(2.4%) 등은 크게 감소했다. 또 계약 자산 점유율이 0.1%가 안 돼 ‘개점휴업’인 증권사도 8개사에 이른다.
▽무엇이 문제인가〓업계에선 “랩어카운트에 편입할 수 있는 자산이 ‘자사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으로 지나치게 한정됐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증권 웰스매니지먼트(WM)기획팀 오희열 팀장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권은 물론 경쟁 증권사의 금융상품도 팔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객자산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증권사가 직접 자산을 운용하는 일임형 랩 어카운트가 허용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실제 운용해주고 성과 보수를 받는 형태로 운용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자문에만 응하고 계약자산의 0.5∼1%의 수수료를 낸다는 데 투자자들의 반감이 적지 않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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