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의 말을 뒤집어보면 대통령의 아내는 얼마나 더 외로울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트루먼의 부인 엘리자베스 여사는 백악관 생활을 ‘감옥에서 왕관을 쓴 꼴’이라고 비유했고, 낸시 여사는 백악관을 떠나면서 “누군가 항상 나를 확대경으로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인데 편했겠어요”라고 말했다. 40여년간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헬렌 토머스는 저서에서 “모든 백악관의 여주인들은 위치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데 상당한 공포와 불안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래서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다니엘 여사가 남편의 재임기간 14년 동안 엘리제궁 입주를 거부하고 따로 살았는지도 모른다.
▷유력한 대통령후보들의 부인인 한인옥, 권양숙, 김영명씨 모두 역대 한국의 대통령부인 중에서 고 육영수 여사를 가장 닮고 싶다고 한다. 조용한 내조와 온화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미국에서는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노어 여사가 백악관 안주인의 모델로 여겨진다. 엘리노어 여사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남달랐다. 남편보다 인기가 높았던 퍼스트레이디들도 적지 않다. 포드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선거유세 때 공화당이 내건 슬로건은 ‘베티를 백악관에 더 머물게 하자’는 것이었다. 베티는 포드의 부인. 또 닉슨은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로 꼽히지만 부인 팻 여사는 두고두고 칭송의 대상이 됐다.
▷얼마 전 한 여성매체가 대통령후보 부인들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적이 있다. 그동안 대통령부인을 둘러싼 잡음이나 대통령부인의 실질적 영향력을 고려하면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또한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한 만큼 대통령부인의 역할도 재조명되었으면 한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는 국회에서 연설을 하기도 하고, 워싱턴의 역사박물관엔 퍼스트레이디 전시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닉슨 말대로 ‘남편보다 나은 대통령부인’을 우리도 가져 보고 싶다.
임채청 논설위원 cc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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