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신 '수수료 인하' 놓고 중소-대형사 격돌

  • 입력 2002년 10월 21일 20시 02분



투신업계에 ‘수수료 인하 논쟁’이 한창이다.

한 중소 투신운용사가 ‘수수료의 거품을 빼자’며 채권형 펀드의 운용수수료를 대폭 낮추자 기존 대형 업체들이 ‘덤핑으론 저질 서비스가 불가피하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

▽발단과 경과〓미래에셋투신운용은 8일부터 ‘올마이티 채권형’ 펀드를 팔고 있다. 이 펀드의 운용수수료(펀드 가입자가 운용사에 주는 대가)는 순자산 총액의 0.132%로 기존 채권형 펀드의 운용수수료인 0.5∼1%에 비해 훨씬 싸다.

이에 대해 한국투신증권 대한투신증권 제일투신증권 등 대형 판매사들은 14일 금융감독원에 이 펀드의 판매를 제한하고 수수료 책정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자고 건의했다.

현재 양측은 △수임료 인하와 서비스의 질 △연기금 수수료와의 형평성 △업계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전혀 다른 주장을 펴고 있다.

▽쟁점과 주장〓최기훈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채권형 펀드는 주식형 펀드처럼 운용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수수료를 많이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채권형 수수료가 주식형 수수료(2% 내외)보다 싸지만 더 낮출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모진성 제일투신증권 금융상품팀장은 “수익률을 높이려면 금리의 방향을 예측해 운용전략을 세우고 위험을 관리하는 등 고도의 운용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저가 수임료로는 질 낮은 운용이 불가피해 결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대형 운용사들은 연기금을 받아 0.1∼0.2%의 저가 수수료만 받고 운용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모두 저질 운용을 하고 있다는 뜻이냐”고 반박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수수료를 낮추면 은행자금이 투신권으로 유입돼 업계의 파이가 커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은 “은행자금은 예금보장이나 확정금리 등 안정성을 보고 들어온 것이어서 이동에 한계가 있다”며 “수수료 덤핑은 투신업계의 제살 깎아먹기”라고 주장했다. 제값은 받되 질을 높여 승부해야 투신업계 전체가 건강해진다는 주장이다.

▽어떻게 될 것인가〓미래에셋은 18일까지 이 펀드에 5000여억원을 모았으나 업계 반발을 고려한 듯 적극적인 마케팅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중소 운용사들도 수수료 인하 대열에 동참하면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은 “수수료 거품도 문제고 저가 덤핑 경쟁도 문제”라며 “적정한 수수료율이 어느 정도인지 머리를 모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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