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감시카메라가 가장 많이 설치돼 있는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은 교통법규 위반 차량에 대한 감시카메라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실용화한 나라다. 한 도시 전체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것도 영국이었다. 영국 시민들은 하루 평균 200∼300회씩 무인 감시카메라에 찍히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개인에 대한 사회의 조직적 감시체제를 묘사한 미래소설 ‘1984년’을 내놓은 조지 오웰이 영국인이라는 사실도 우연일까. 이런 감시카메라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건물지하주차장, 자동차도로, 은행 창구, 건물 엘리베이터 안, 시내버스, 사우나 로커룸, 그리고 회사 사무실에까지.
▷서울 강남경찰서가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 골목길에 범죄 예방을 위한 감시카메라 4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다가구주택과 원룸주택들이 많은 이 지역에서 유흥업소 종업원 등 밤늦게 귀가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CCTV 카메라를 설치, 골목상황을 실시간 감시함으로써 범죄를 줄여보겠다는 구상이다. 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은 5800만원. 서울에서도 돈 많은 자치구로 알려진 강남구청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살인 강도 등 강력범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줄 수 있다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골목을 드나드는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가 걱정이라는 것이다. 반면 범죄자들에게는 카메라 4대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해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한다. 주민의 사생활만 침해되고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면 더 강한 수단이 요구된다. 기술적인 면만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얼굴인식시스템 카메라가 등장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제 우리도 감시카메라의 설치와 규제에 관한 제도적 장치를 논의해야 할 때가 눈앞에 다가온 것 같다.
문명호 논설위원 munmh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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