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C 설렁탕집으로 옮기기로 한 종업원들이 ‘이적 협상’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자 B 설렁탕집 주변에서 일도 하지 않고 웅성거린다면 B 설렁탕집은 딱 망하기 십상이다. 어수선한 그 가게로 손님들이 갈 리가 없기 때문이다.
8·8 재·보선 이후 두 달여간 ‘후보단일화’다 ‘탈당’이다 하는 논란을 둘러싸고 빚어진 민주당내의 분란은 꼭 이 세 설렁탕 가게의 관계를 연상케 한다. A 설렁탕집이 한나라당, B 설렁탕집이 민주당, C 설렁탕집이 정몽준(鄭夢準) 신당을 빗댄 것임은 물론이다.
결론부터 말해 후보단일화를 명분으로 결성된 민주당 ‘후단협’ 멤버들은 그동안 수도 없이 탈당을 공언하면서도 아직 한 명도 탈당을 결행하지 않았다.
민주당내에서 탈당을 고려하고 있는 의원들의 심리는 대개 비슷하다. 첫째는 ‘정몽준의 지지율을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 의원의 지지율이 떨어질 기색을 보이자 후단협내에서는 벌써 ‘낙동강 오리알론’이 나오고 있다. “정 의원한테 갔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올 데 갈데 없는 오리알 신세가 된다”는 논리다. 둘째는 ‘총대는 남이 먼저’ 심리다. 일부 의원들은 “교섭단체 구성(20명)을 위해 19명의 서명만 받아오면 나도 탈당하겠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남이 먼저 ‘지뢰밭’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안전하면 그 뒤를 따라가겠다는 심리다.
당초 후단협이나 경기지역 의원들이 ‘후보단일화를 위한 결단’을 강조하면서 탈당논의를 할 때는 분명히 정권재창출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서로 ‘오리알 신세’를 걱정하며 우물쭈물하는 지금의 후단협 멤버들의 행태는 ‘명분’을 좇는 것도, ‘실리’를 좇는 것도 아닌 기회주의적 행태의 극치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장사꾼에게도 상도의는 있는 것처럼 국정을 다루는 정치인에게는 최소한의 정치 도의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후단협 멤버들이야말로 탈당을 하든 남든 이제는 최소한 남의 장사까지 방해하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다.
윤영찬기자 정치부 yyc1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